대학 학과 통폐합, 인문학 위기 VS 특성화 기여

대학가 입학정원 감축 위한 학과 통폐합 봇물
취업률·충원율 낮은 학과 모집중단·폐과 결정
인문·기초학문 고사 우려···특성화 긍정 평가도
  • 등록 2014-04-27 오후 6:31:54

    수정 2014-04-28 오전 10:09:28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대학들이 학과 통폐합을 둘러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을 앞두고 정원감축을 위해 학과를 없애거나 통합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원감축·폐과 대상이 대부분 취업률·충원율이 낮은 학과에 집중되면서 인문학이나 기초학문, 예체능 교육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학과 통폐합으로 학내 갈등 잇따라

충북 청주대는 사회학과를 폐과하고 한문교육과를 국어교육과로 전환, 입학정원 85명을 감축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지난 17일부터 대학본관 앞에서 학과 통폐합을 반대하는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청주대뿐만이 아니다. 부산의 동의대는 아예 2015학년도 입시에서 물리학과와 불문과의 학생 모집을 중단한다. 국어국문학과는 문예창작학과와 통합하기로 했다. 동의대는 이 같은 통폐합 과정을 거쳐 입학정원의 7.8%(310명)를 줄일 계획이다. 같은 지역의 동아대도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를 한국어문학과로 통합하는 등의 방식으로 입학정원의 약 8%를 감축한다.

수도권에서도 학과통폐합에 따른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서울의 서일대학이 문예창작과와 연극과 등을 통폐합하겠다고 결정하자 학생들이 지난달 27일부터 무기한 수업거부에 돌입했다. 서울의 상명대도 불어교육과를 경상계열의 국제통상학과로 흡수 통합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이러한 갈등은 교육부의 대학(수도권·지방) 특성화사업 신청서 접수마감이 다가오면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교육부는 28일까지 대학별 정원감축 계획이 포함된 사업 신청서를 받는다. 대학 특성화사업은 향후 5년간 수도권과 지방에 약 1조2700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정부 지원사업으로 정원감축을 많이 한 대학일수록 평가에서 가산점을 받는다.

아울러 교육부는 향후 진행될 대학 구조조정 평가에서 대학별 정원감축 규모를 반영할 계획이다. 대학들이 앞다퉈 정원감축을 위해 학과 통폐합을 추진하는 이유다.

취업률·학생충원 낮은 학과 구조조정

하지만 대학들이 정원감축·통폐합 대상을 정하는 학과평가에서 취업률과 학생 충원율을 기준으로 삼고 있어 부작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학들은 향후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 평가가 취업률·충원율을 잣대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졸업생 취업률 등이 떨어지는 인문학이나 예술분야가 주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르면서 대학의 인문학·기초학문이 고사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정우 경희사이버대 교양학부장은 “대학에서 인문학 교육이 위축되면 대학 본연의 진리탐구나 사회비판 기능이 상실돼 직업학교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 사립대 교수도 “우리 대학은 충원율과 취업률 등을 기준으로 학과들을 평가 하위권 학과에서 정원을 감축하기로 했다”며 “대학의 학문이 취업률과 충원율 등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반면 대학구조조정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학들마다 소위 ‘백화점 식’으로 경쟁적으로 개설한 학과들이 구조조정 될 것이라는 기대다.

대구지역 사립대 기획처장은 “대학마다 학문 특성이나 지식 생태계를 고려해 정원감축을 세우고 있다”며 “지역 내 다른 대학 학과와 비교해 우위를 점하는 학과는 살리고, 그렇지 못한 학과는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그간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평가받은 학과들이 정리되는 계기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가에 불어 닥친 학과 구조조정 바람이 장기적으로는 대학별 특성화에 기여할 것이란 주장이다.

정원을 10% 감축하기로 결정한 강원대의 홍형득 기획처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전체 130여개 학과 중 60개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조정할 것”이라며 “학령인구 급감 등 앞으로의 전망을 봤을 때 장기적으로는 경쟁력 있는 학문분야로 학과들을 재편하는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내부 평가로 사회적 수요가 낮은 학과는 정리하고, 학생충원과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중심으로 대학의 학문구조를 재편하겠다는 설명이다.

대학들이 학과통폐합을 둘러싼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7일 오후 충북 청주대 사회학과 학생·교수들이 이 대학 본관 앞에서 일부 학과 폐지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사진: 뉴시스)
▶ 관련기사 ◀
☞ 대학 정원감축 수도권 4%, 지방 7~10%
☞ 서울 상위권 대학 정원감축 ‘속앓이’
☞ [단독]‘SKY 제외’ 모든 대학 정원 줄인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추위 속 핸드폰..'손 시려'
  • 김혜수, 방부제 美
  • 쀼~ 어머나!
  • 대왕고래 시추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