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랜드, 英 아웃도어 버그하우스 6년만에 접는다

지난해 연말 라이선스 계약 종료
자체 아웃도어 SPA 루켄에 역량 집중
버그하우스 한국시장 완전 손 뗄듯
  • 등록 2014-02-18 오전 11:38:34

    수정 2014-02-19 오후 2:24:14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랜드 그룹이 영국 아웃도어 브랜드 버그하우스 사업을 접는다. 이랜드는 정체 중인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성장 가능성이 큰 제조·직매형(SPA) 자체 신규 아웃도어 브랜드 ‘루켄’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국내 입지를 강화한다는 복안이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랜드는 지난해 말 영국 패션 대기업 팬트랜드 그룹 계열사인 버그하우스와 라이선스 계약 만료에 따라 수입 아웃도어 사업 철수를 확정 짓고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 이랜드는 국내에서 영업 중인 버그하우스 매장을 올 상반기 내로 모두 철수할 예정이다.

이랜드는 지난 2008년 1월부터 버그하우스와 라이선스 및 국내 판매권 계약을 맺고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해 사업을 벌여왔다. 하지만 국내 아웃도어 시장의 치열한 경쟁속에 버그하우스의 시장 안착은 실패로 끝났다. 그러다가 지난해 6월 자체 신규 아웃도어 SPA ‘루켄’을 앞세워 아웃도어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

이랜드는 지난해 7월 스포츠·아웃도어 종합매장인 스포블릭 사업도 론칭 2년 만에 중단했다. 이에 따라 이랜드의 아웃도어 사업부문은 루켄만 남게 됐다.

이랜드 관계자는 “SPA 루켄에 집중키로 하고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며 “라이선스 계약이 끝난 지난해 말부터 대리점주들에게 브랜드 중단을 통보하고 사업을 정리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스포블릭 사업을 철수한 것도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며 “국내 아웃도어 시장이 포화 상태인 만큼 버그하우스 역시 한국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하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철수를 실적 부진으로 보고 있다. 버그하우스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버버리’라 일컬어질 만큼 현지에서 높은 인지도를 얻고 있지만 국내에선 론칭 6년째에도 여전히 연 매출 500억원 미만에 그쳤다.

영원아웃도어가 지난 1997년 국내에 선보인 노스페이스의 5년 차 연매출이 1000억원 규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저하게 뒤처졌다. 이 같은 부진은 타 브랜드들이 연예인 모델을 기용하고 공격적인 TV광고를 선보인 것과는 다르게 소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브랜드 스토리, 기능성이나 상품에 대한 제대로 된 ‘소통창구’가 없는 것도 부진 요인으로 꼽혔다.

업계 한 전문가는 “아웃도어 브랜드의 잇단 철수는 제품력이나 마케팅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시장에서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라며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만큼 연내 경쟁력 없는 브랜드들은 더 정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업계는 버그하우스가 아직 한국 사업자를 찾지 못한 만큼 국내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모기업 팬트랜드는 지난 2004년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버그하우스를 국내에 직진출했다 영업 부진을 이유로 2007년 퇴출 위기를 맞았다. 그러다가 이랜드를 구원 투수로 만나 라이선스를 맺고 6년간 사업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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