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성장, 예상보다 상당폭 둔화"

"금융시장 불안, 우리 실물경제에도 영향 줘"
"물가는 연말쯤 목표범위 안으로 들어올 전망"
  • 등록 2008-04-10 오후 12:29:48

    수정 2008-04-11 오전 12:33:43

[이데일리 권소현기자]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물가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은 한편으로, 성장둔화에 대한 우려감을 명시적으로 표시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국외 여건이 상당히 나빠지고 있다"며 "앞으로 경제성장은 몇달전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폭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당초에 미국 금융시장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우리나라에 실물쪽에서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이제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앞으로는 우리나라에 실물경제에도 점차 영향을 주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수쪽에서도 그동안 원유가격이라든가 원자재 가격이 워낙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소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앞으로 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물가와 관련,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가 당분간 목표범위를 웃도는 꽤 높은 상승률을 이어가, 연간 상승률이 작년에 예상했던 3.3%보다 높은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도 "연말쯤이면 목표범위 안으로 들어올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 계속해서 상승하지는 않을 것이며, 지금처럼 높은 원자재 가격이 유지돼 전세계 경기가 둔화된다면 결국 원자재 가격에도 (하락) 영향을 주지 않겠냐"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총재의 모두발언과 일문일답 전문.

( 모두발언)

오늘 금통위에서 한은 기준금리를 연 5% 현수준에서 유지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영키로 결정했다.

우선 경기쪽을 보면 수출은 최근까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설비투자가 좀 부진하고 소비증가율도 좀 낮아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내수부분의 증가속도는 좀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체적으로 국내 경기의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가쪽을 보면 최근까지 석유류를 중심으로 공업제품 가격, 1분기까지 조정되는 개인서비스 가격이 많이 올랐다. 지난 3월의 물가상승률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9% 상승한 수준인데 작년 12월 이후에 우리가 설정한 물가안정목표 상한을 계속 웃돌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쪽을 보면 유동성 사정은 여전히 풍부하다 이렇게 판단이 되고 은행대출이 작년 4분기 이후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통화증가율이 여러가지 지표로 봤을때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금융시장 불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환율이라든가 채권금리라든가 금융시장 주요 가격변수들이 상당히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다.

앞으로 우리 경제를 전망해보면 국외여건이 상당히 나빠지고 있다. 그래서 경제성장은 몇달전 예상보다 상당폭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에 미국 금융시장 문제가 생겼을 때에는 우리나라에 실물쪽에서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이제 금융시장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앞으로는 우리나라에 실물경제에도 점차 영향을 주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수쪽에서도 그동안 원유가격이라든가 원자재 가격이 워낙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소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앞으로 줄 것이다라고 예상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는 당분간은 목표범위를 웃도는 꽤 높은 상승률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단지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앞으로 계속해서 상승하지 않고 지금 수준 정도에서 안정을 보인다든가, 앞으로 이렇게 높은 원자재 가격이 유지되는 가운데 전세계 경기가 둔화된다면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겠나 생각해보면 국내 물가도 앞으로 계속 상승세가 유지되겠지만 연말쯤 가면 상승률이 많이 내려와서 연말쯤에는 목표범위 내로 들어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은 이러한 물가 경기 국내금융시장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용하겠다. 늘 말하는 대로 통화정책은 좀 길게 보고 하는 정책이다. 통화정책이 효과가 실물경제에 나타나기까지는 다소 시차도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해 가면서 운용해나갈 생각이다.

( 일문일답)

ㅇ내수 위축될 것이란 우려 커지는데, 통화정책도 수단이 될 수 있는가. 그리고 물가와 경기 같이 봤을 때 환율은 어떤 쪽이 도움이 되는가.

-질문이 금리와 환율 두 가지로 보이는데 금리는 당연히 여러 가지 정책수단 중 하나다. 단지 그때 상황에 따라 어느 쪽에 더 위험이 크냐. 최근 같으면 물가 상승에서 오는 위험, 또는 경기하강에서 오는 위험 어느 쪽이 더 크냐에 따라서 금통위가 판단하고 운용한다.

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환율이 올라가면 당연히 물가상승 압력이 되는 것이고 수출에는 최근에는 큰 도움은 안 될 것이라고 보지만 어쨌든 도움이 되면 됐지 불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환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일반 물가가 올라간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수입이 고정되고 지출을 쉽게 조정하지 못하는 가계의 입장에서는 압박을 받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른데 쓸 수 있는 돈이 조금 줄어드는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원유가 올라서 내수압박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환율이 오르면 내수 압박이 있을 수 있다.

환율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측면에서 관찰해야 하고 그 효과가 항상 일정한 것이 아니고 그때그때 처한 상황에 따라 어떤 효과가 주목받을 수 있고 어떤 효과는 평소보다 좀 작을 수 있고 이런 점을 여러 가지로 봐야 될 거다.

항상 환율이라든가 금리라든가, 주가라든가 하는 가격변수에 대해서는 시장에서의 시장참가자들의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일단 가장 좋다고 본다.

ㅇ경기둔화 가시화되고 있다는 데에서는 동의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문제 어떻게 보고 있는가.

-경기 문제, 앞서 말했듯이 경기 상승세 최근 좀 둔화되고 있고, 앞으로도 가능성이 여러 군데서 보인다. 그래서 앞으로 경기와 관련한 금리 문제는, 항상 강조하는 것은 경제의 여러 측면을 동시에 고려해서 하는 거다. 그 때 그 때 어떤 위험이 더 크냐를 고려해 운영한다.

ㅇ환율이 급등락을 보이고 있는데 당국간 견해 차이에도 이유가 있다고 보는데.

-최근 환율 관련해서 여러 군데에서 당국자간 견해차를 언급했는데, 우리는 그게 큰 영향 줬다고 보지 않는다. 어찌 보면 언론에서 좀 뭐랄까 보도가 너무 지나치다 할까, 그런 점도 좀 있다.

여러 변수를 보면 그동안 환율이 크게 변동할 사건들이 있었다. 불안한 움직임 보였던 것은 전체적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오는 외부적 위험이 컸지 않는가 생각이다. 가끔 언급하지만, 3,4월 배당금 송금이라든가, 경상수지가 최근 몇 달 동안 적자를 보이고 있다든가 이런 것들이 다 영향을 준 것이라 생각된다.

ㅇ부동산 가격 관련 두 가지 질문을 하겠다. IMF에서 중앙은행에 '물가뿐 아니라 부동산 가격도 고려해야 한다' 충고했다. 그리고 최근 강북 중심 집값 상승세가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풍부한 유동성과의 관계는.

-IMF의 권고 관련, 부동산 즉 자산가격도 고려하라고 한 데 대해서는, 과거에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결과를 봐서는 일리 있는 지적이다 생각된다. 우리 나라에서는 그동안에 부동산 문제를 통화정책의 중요한 목표로 삼을 수는 없지만 의미가 있는 정도로서 통화정책 결정할 때 고려는 해야 한다고 그동안 말씀 드렸다. 새삼스런 권고는 아니다. 다만, 부동산이 통화정책의 주된 목표가 될 수는 없다.

강북지역 아파트 가격 상승세 문제, 보도된 대로 수급에 관련 있는 여러 움직임이 있었던 걸로 안다. 그래서 이 것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느냐 아니냐 하는 것은 아직은 조심스럽게 관찰하고 있는 그런 정도다.

유동성이 작년 4분기이후 증가세 많이 높아졌는데, 강북 아파트 가격상승과 연결고리 잡기는 어려웠다. 전반적 유동성 사정과 최근 현상간 썩 연결돼 있다고 보이지는 않지만 앞으로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ㅇ물가 연말쯤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지난번엔 하반기라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위험 높아진 걸로 보는 것인가.

-물가, 지난 12월 이후 물가통계에서 나왔지만, 그리고 원유 원자재 가격 움직임에서도 나왔지만, 몇 달 전 예상보다 조금씩 높게 나오고 있다. 그래서 작년에 우리가 금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3%로 발표했는데, 지금 그거보다 좀 높은 수준으로 갈 것 같다.

1월인가 2월엔가, 하반기 상승률 낮아질 거라 말했는데, 그동안 경과로 봐서 전체적으로 상반기에는 봤던거 보다 좀 높아지고, 그러나 연말쯤 가서는 상승률 많이 내려와서, 최소한 3.5% 목표 밑으로는 내려올 것 같다는 전망은 몇 달 전과 같다.

다만 실적이 좀 높아졌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3.3%보다 높은 쪽으로 가지 않나 그렇게 보고 있다.

ㅇ금리 결정이 빨리 돼 발표됐다. 고민거리 많을 텐데 너무 일찍 결정됐다고 해서 말들이 있었다. 큰 이견이 없었는지, 이견 있었으나 동결 다수 의견이 있었나.

-오늘 5% 수준 유지 결정이 조금 더 일찍 알려진 것 같은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것이 오늘 6명 금통위원들이 경제상황에 대해 서로 토의를 하다 보면 꼭 의견차이가 있어서 길어진다거나 없어서 짧아진다거나와 같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ㅇ현재 발표되고 있는 지표들이 엇갈리고 있는데 금통위에서는 어떤 지표를 중점적으로 보나.

-지표가 엇갈리게 나오고 있는데 그런 경험이 가끔 있다. 지표가 엇갈리게 나올 때는 어떤 지표는 아래쪽을 가리키고 어떤 지표는 아직까지 위쪽을 가리키고. 이런 때 이것이 장기적으로 내려가는 신호냐, 아니면 일시적 잡음이냐, 판단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원래 방향을 정하느냐 안하느냐 시점에 가면 지표들이 서로 엇갈리게 나오게 돼 있다. 그래서 금통위에서는 그 지표들을 받치고 있는 세부적 사실들이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계속 갈 것인지, 앞으로는 다른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다 따져본다.

예를 들어 수출의 경우에 최근처럼 여러 나라에서 경제성장률 전망을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는 앞으로 수출이 안 좋은 쪽으로 작용할 가능성 있다 보는데, 그런데 최근에 몇 년간 실적을 보면 한국 수출경쟁력이 상당히 향상되고 다변화돼 그런 게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만큼 크지 않다 이렇게 볼 수 도 있고, 그래서 토의를 하면서 판단을 하는데, 어쨌든 엇갈린다는 것은 경기 상승세가 좀 약해지고 있다, 이게 앞으로 잠시 주춤하다 도로 올라가는 거냐, 주춤하다 둔화하는 현상이 길어지느냐 잘 판단해야 하는 미묘한 시점이다.

ㅇ최근 성장 둔화를 말하고 있는데, 어느 정도로 보는가.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으로 보면, 장기적까지는 아니지만, 3~4년 정도 보면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라고 할까, 잠재성장률이 얼마냐 하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게 나오겠지만, 대충 자기가 생각하는 잠재성장률 놓고 그것보다 높으면 아직은 괜찮다. 낮으면 좀 나쁜 게 아니냐. 그런데 그건 개인차가 많이 있다.

가령 0.5% 이상 벗어나면 나쁘다고 할 것인지, 1% 이상 벗어나야 나쁘다 할 것인지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우리나라 지난 10년간 실적 보면, 성장률 3%대로 가면 여러 군데서 경기가 나쁘다는 얘기가 많았고, 4%대에서는 의견 엇갈리고, 5% 이상인 경우에는 나쁘단 말 나오지 않았다.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ㅇ단도직입적으로 질문해서, 대통령이 "내수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성장, 물가 굳이 순서 둔다면 어떤 게 현 상황에서 더 중요한가.

-현 상황에서 무엇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은 매월 정책결정의 결과로 나타난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다. 아까 표현했듯이 뭐가 중요하다, 중요하지 않다고 보는 것 보다는 어떤 위험이 더 큰가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달, 또 그 다음달에 어떤 결정이 나올지는 나도 모르고 있는 것이고 금통위원들도 미리 정해놓고 있는 것은 아니라 지금 시점에서 어디에 더 중점 둔다고 답할 수는 없는 문제다.

그래서 매일, 매월 나오는 각종 정보를 우리가 해석 해가면서 지금시점에서 어디에 초점 맞출 것인지 판단한다. 그걸 위해 한달에 한 번씩 모여서, 2~3일간 보고하고 토론하고 한다.

오늘 시점에서 금통위 판단은 기준금리 5% 그대로 유지하자는 결정을 한 것이고, 다음달에는 또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그렇게 일반론으로 답을 할 수 밖에 없다.

ㅇ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을 통과해서 MB노믹스가 가속을 밟을 것이라는 평가가 있는데 지금까지 물가가 비용쪽에서 촉발되는 게 있지만 이 경우 수요쪽 물가상승 압력 나올 수 있지 않은가.

-한국은행에서는 중장기적으로 경제안정을 도모하는 게 한국은행의 설립 목적이고 우리 임무니까 어떻게 하는 것이 거기에 가장 적합한 정책이냐를 항상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항들이 한국은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있고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도 있다. 주어진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해법을 찾아나가야 하지 않나 한다.

정부도 경제안정이 장기발전에 도움이 된다. 특히 중앙은행은 중장기 안정에 관심이 더 많은 생태적 조직이다. 물론 대화도 하지만 어느 정도 주어진 환경으로 받아들이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생긴 일을 어떻게 할 수 없지만 받아들이고 그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해법을 찾아 행동한다. 그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행동이 뭐냐를 판단해서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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