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 가정에서는 문을 열어 더위를 쫓다가 방비가 허술한 틈을 노린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시기인 만큼 몰래카메라 범죄도 기승을 부린다.
| 지난 3일 오후 서울 청계천에서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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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A씨는 지난해 8월 자정이 넘은 시각 집에서 수상한 인기척을 느꼈다. 서울의 아침 최저 기온이 영상 25도를 넘은,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 밤이었다. A씨는 더위를 피하고자 현관문을 약간 열어두고 잠이 든 상태였다.
절도범은 A씨네 집 출입문이 살짝 열린 틈을 열고서 집안에 침입했다. 안방까지 침입한 절도범에게 A씨는 현금 약 200만원과 귀중품을 털렸다.
절도범의 덜미를 잡고 보니 이미 절도 전과 3범이었다. 게다가 절도죄로 징역을 산 지 한 달여 만에 A씨네 집을 상대로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이었다. 법원에서 절도범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작년 여름 “너무 더워서 옆집에 들어갔다”는 주거침입 범죄가 발생하기도 했다. B씨는 새벽에 부엌으로 난 창문을 통해 이웃집을 무단으로 침입하다가 붙잡혔다. 이웃집에는 여성이 살고 있었다.
재판을 받게 되자 “집에 에어컨이 없어서 시원한 곳을 찾다가 옆집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다. 법원은 B씨에게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법원은 B씨 말대로 그날 실제 더웠는지를 검증해봤는데 그렇지 않은 것을 참고했다. 그러면서 체구가 100kg에 육박한 B씨가 좁은 창문을 통과한 것은 “상당한 수고를 들여야 하는 일”이라고 봤다. 범행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것이 아니라 ‘계획적’이라고 본 것이다.
두 사건은 피해자가 여름철 문단속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것이 범죄에 노출된 사례로 꼽힌다. 후자의 사건은 주거침입으로 끝났지만, 남성이 여성 집에 무단 침입한 데 초점을 맞춰 볼 여지도 있다. 대검찰청 범죄 통계를 보면, 2017년 성폭력범죄 발생 시기를 사계절로 나눠보니 여름(6~8월)이 32%로 제일 많았다. 월별로는 8월이 가장 많았다.
| (사진=게티이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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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옷차림이 가벼워지는’ 시기라서 이를 노리는 범죄도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여성 몰래 신체를 카메라로 촬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C양은 작년 6월 버스 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후 수사기관에서 연락을 받고 나서야, 당시 몰래카메라 피해를 입은 사실을 알게 됐다.
범인은 C양을 대상으로 한 범행으로 붙잡히기까지 2년 동안 몰래카메라로 40여 차례 여성을 촬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피서지나 번화가 등 공공장소에서 여성을 촬영하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는 노출이 많은 여름철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범인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몰래 카메라 촬영은 엄연한 성범죄이다. 성폭력처벌법은 ‘카메라 등으로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하는 사람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한다. 행여나 이 촬영물을 직접 촬영하지 않고, 구매하거나 소지만 해도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하는 중범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