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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같은 글을 올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의 약자를 따서 비꼰 것이다. 바로 그 SEC와 입조심을 약속한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다.
앞서 SEC는 지난달 27일 머스크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미 뉴욕주 연방지방법원에 고소했다. 지난 8월 7일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에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에 비공개 회사로 만드는 것을 검토하고 있으며 자금은 이미 확보돼 있다”고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머스크는 3주도 안돼 상장 폐지 발언을 철회했고 그가 투자 의향이 있다고 밝힌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측은 테슬라의 경쟁사인 루시드모터스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SEC는 머스크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 채 주당 420달러를 언급하며 상장폐지 계획을 언급한 것이 시장을 교란하고 투자자를 속였다고 판단했다.
유죄가 인정될 경우, 머스크는 테슬라 CEO를 사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미국 내 모든 상장 기업 CEO나 이사직을 맡을 수 없게 된다. 사안이 긴박해지자 테슬라 측은 머스크가 45일 안에 의장직에서 물러나고 3년간 의장직에서 선출될 수 없는 것을 조건으로 SEC와 고소 취하를 합의했다. 머스크와 테슬러가 각각 2000만달러 벌금을 내고 머스크가 ‘모든 형태의 회사와 관련된 소통’에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도 합의문에 명시됐다.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가지는 의미는 각별하다. 테슬라는 창립 이래 15년 동안 단 한 번도 연간 기준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는 기업이다.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6억달러(5조원) 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2분기도 역대 최대 규모의 손실(7억 1750만달러·81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장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테슬라가 전기자동차를 주도할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기대 때문이었고 이는 CEO인 머스크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페이팔(paypal)의 전신인 ‘x.com’를 만들었고 테슬라의 초기투자자로 합류해 오늘날 ‘전기차의 대명사’로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민간 우주탐험시대를 열겠다는 스페이스X, 대심도 터널을 뚫어 교통체증을 극복하겠다는 굴착회사 보어링컴퍼니 등 머스크의 허무맹랑하지만 기발한 도전은 그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만들었다. 한 번도 수익을 낸 적이 없는 적자기업이 상장이 된 것도 머스크는 해낼 것이라는 믿음에서 가능한 것이었다. 그는 영화 ‘아이언맨’의 실제 모델로도 알려져 있다.
머스크는 재기할 수 있을까.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실적이다. 테슬라는 지난 2일 모델3와 S, X를 합쳐 3분기 8만 142대를 생산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보급형 전기차로 불렸던 모델3가 5만 3239대로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지난 8월 머스크가 밝힌 생산 목표치 5만~5만 5000대에도 부합하는 수준이다. 대량생산 체제가 안정화되면 수익 구조가 구축되며 테슬라 역시 지속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익을 내는 수준에 거의 다다랐다”고 밝혔다.
머스크의 이같은 호언이 이번이야 말로 실현될 것인지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테슬라가 이제 테슬라 대량 생산을 위한 초기 투자를 마무리하고 성과를 낼 시기가 왔다”며 “올해 3, 4분기 테슬라의 현금 흐름이 좋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과거 테슬라의 생산량과 이익이 시장 기대를 못 미쳤던 만큼 올해 후반에도 적자를 낼 가능성은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또 포브스는 “머스크의 일탈적인 행동은 투자를 신중하게 만들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