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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정문 옆 사무실에 들어가 교내 출입 여부를 묻자 이 학교 보안관이 인적사항을 기록하는 명부를 건넸다.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을 뿐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는 따로 없었다. 신분증은 안 내도 되느냐고 묻자 “명부에 이름과 전화번호만 적으면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신분증 확인이 없다보니 허위로 기재해도 속수무책이다.
같은 시각 서울 서초구에 자리한 한 초등학교 앞 보안관실은 아예 사람이 없었다. 약 10분 정도 기다리자 학교 보안관이 부랴부랴 사무실로 뛰어와 학교 방문 이유를 물었다. 이 보안관은 “교내 보안관이 오전과 오후 교대로 1명씩밖에 없다 보니 교내 순찰을 하는 동안 보안관실을 비워둘 때가 있다”고 말했다.
학생 안전에 빨간 불이 켜졌다. 방배초등학교 여학생을 상대로 인질극이 벌어진 2일 둘러본 서울 시내 초등학교는 허술한 신원확인 절차와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학교 보안관 등 안전관리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방문객 제한과 학교보안관 증원 등 안전대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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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생인데요” 무사통과…6곳 모두 신분증 확인 전무
신미애 방배초 교장은 “인질범에 대한 기록이 적혀 있지 않았다. 평소에는 (신분증 확인 절차 등을) 다 적어 놓는데 공교롭게 이번에만 이렇게 된 것”이라며 “(이 때문에) 범인이 흉기를 어떻게 숨기고 학교 안으로 들어왔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양씨를 들여보낸 보안관 역시 자신의 실수임을 인정하며 “졸업생이라고 말해 신분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류발급 등 민원업무를 위해 학교에 방문한 사람은 학교 보안관이 신분증을 확인한 후 일일방문증을 발급해야 한다. 그러나 이날 둘러본 서울시내 초등학교 6곳 가운데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는 초등학교는 한 곳도 없었다. 학교 측이 마련한 방문자 명부에 이름과 전화번호 등을 간단히 개인정보를 기록하면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신분증을 요구하면 반발을 사는 경우가 있어 따로 확인하지 않는다는 게 학교 보안관들의 설명이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초등학교 보안관은 “전화번호와 이름을 알려주는 것을 개인정보라며 예민하게 대처해 난감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며 “학교 공사나 행사 기간에 학교를 찾은 사람들이 신분증 확인 과정에서 하도 마찰을 빚어 확인을 아예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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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당 1~2명에 그치는 학교 보안관 인력부족도 문제다. 학교 보안관 제도는 지난 2011부터 서울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다. 국·공립 초등학교 학생들이 안심하고 공부하자는 취지로 도입했다.
서울시내 국·공립 초등학교 562곳에 근무하는 학교 보안관은 총 1188명(지난해 기준)이다. 초등학교 한곳 당 평균 2.11명 꼴이다. 그러나 오전과 오후 교대근무를 하는 상황에서 둘이 함께 일하는 시간은 하루 약 3~4시간에 불과하다. 나머지 시간은 1명이 근무하면서 순찰과 출입문 통제를 도맡는 셈이다.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휴식 시간도 마땅치 않다. 서울 중구에 있는 초등학교 보안관 A(57)씨는 “중간에 휴식시간을 보장받아야 하지만 일이 많은데다 휴식 공간도 마땅치 않아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며 “식사시간 30분을 제하더라도 화장실을 간다거나 학교 내부에 일이 있을 때는 자리가 빌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학부모들은 이번 기회에 정부가 나서 학교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학교보안관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방배초등학교 학부모 박모(40)씨는 “학교에서 학교 후문을 폐쇄하고 일과 중 아무도 학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 했지만 여전히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나 서울시, 교육계에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확실한 안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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