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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월부터 학습지 ‘구몬학습’을 시작했다는 직장인 장모(32·여)씨는 요즘 아동용 교재로 일본어를 배우는 재미에 빠져있다. 장씨는 “일주일에 한 번 구몬 선생님이 집에 오시는데 칭찬을 들으면 묘한 성취감도 있다”며 웃었다.
직장인 유모(26·여)씨는 최근 발레를 시작했다. 회사 근처 학원에 등록한 뒤 토슈즈(toe shoes)부터 장만했다. 유씨는 “다이어트에 도움이 될 만한 운동을 찾다가 어린 시절부터 배우고 싶었던 발레를 골랐다”며 “여가 시간을 즐기고 운동도 되니 일주일에 두 번 있는 강습 시간마다 설렌다”고 말했다.
학습지 풀고 발레 배우고…동심으로 돌아간 ‘키덜트’
자기계발과 취미생활에도 ‘키덜트’(키드+어덜트) 바람이 불고 있다. 어린이를 뜻하는 ‘키드’(Kid)와 어른을 의미하는 ‘어덜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는 ‘아이들 같은 감성과 취향을 지닌 어른’을 지칭한다. 어린 시절 즐기던 장난감이나 만화, 의복 등에 향수를 느껴 이를 다시 찾는 20∼30대의 성인 계층을 말하는데, 학습지 시장과 취미 생활 등의 영역으로도 키덜트 문화가 확산 중이다. 직장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 해소의 돌파구를 어린 시절 취미 활동에서 찾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몬학습 관계자는 “어릴 때 학습지를 하던 분들이 어른이 된 뒤에도 자기계발 차원에서 다시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성인 회원 증가에 맞춰 지난해 11월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성인 회원 확충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레 학원이나 태권도 도장을 찾는 발걸음도 늘고 있다. 발레·현대무용 교육기관 ‘서울탄츠스테이션’은 전년 동월 대비 성인 회원이 13% 늘었고 서울 동작구의 태극관도 성인회원이 전년 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태극관 관계자는 “성인회원은 6대4 정도 비율로 여성 회원이 더 많다”며 “건강 등 자기관리 차원에서 취미활동을 찾다가 태권도를 시작한 분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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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는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색칠공부로 풀고 있다”며 “원하는 색연필을 골라 빈칸에 색칠할 때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아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서점가엔 어른들을 위한 색칠공부 책에 이어 미로찾기 책도 등장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컬러링북은 하루 평균 250권 이상 팔리면서 도서 분야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을 만큼 인기”라며 “최근엔 성인들을 위한 스크래치 북이나 미로찾기, 스티커 북까지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과거엔 취미도 나이에 걸맞은 것을 가져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가 있었다”면서도 “지금은 개인주의 시대로 이행하면서 아동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취미활동도 성인들이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