警, 한양대병원 '간호사 채용비리' 관련자 입건

前의료원장·임상교수 등 '쪽지'로 채용 청탁
합격선 미달하자 '자기소개서 우수'로 합격시켜
경찰,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 예정
  • 등록 2016-08-29 오전 11:03:28

    수정 2016-08-29 오전 11:03:28

성동경찰서 전경. (사진=전상희 기자)
[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대학병원 간호사 채용과정에서 의료원장 등 병원 전·현직 관계자들이 부정하게 개입한 정황이 적발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신입 간호사를 뽑는 과정에서 채용비리를 저지른 혐의(업무방해)로 한양대병원 전 의료원장 A씨, 임상교수 B씨, 전 인사총무팀장 C씨, 인사팀 직원 D씨 등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9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013년 신규 간호사 100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합격 기준에 미달하는 지원자 2명을 합격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당시 의료원장이었던 A씨는 지원자 1명의 이름을 쪽지에 적어 인사총무팀장 C씨에게 건네며 채용을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상교수 B씨도 모 대학 총장인 E씨의 부탁에 따라 E씨의 조카 1명의 이름을 쪽지에 적어 C씨에게 건넸다.

당초 병원 측은 2013년 대학 졸업자 35명과 2014년 대학 졸업예정자 100명을 선발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A씨는 채용 선발대상을 변경해 2010~2012년 사이 대학졸업자도 채용대상에 포함했다. A씨와 B씨가 채용을 부탁한 지원자들은 2010년부터 2012년 사이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었다. 이들은 서류전형에서 합격 기준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았으나 ‘자기소개서 우수’ 전형 등을 신설해 결국 이들을 합격시켰다. 병원감사팀은 2014년 자체 감사를 통해 채용 비리를 적발하고 인사총무팀장을 해임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쪽지의 필체는 본인의 것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3년 전 일이라 채용 청탁 여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B씨는 “인사총무팀장에게 해당 지원자를 알아봐 달라고 한 것일 뿐 채용 청탁은 아니었다”고 했고 C씨는 “지시에 따랐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E씨는 채용 청탁의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입건하지 않았다”며 “이번 주 내로 관련자들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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