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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민정 기자] 문화는 트렌드를 반영하기에 앞서 이끄는 축이다. 방송·공연은 물론 페스티벌 무대 등 문화 면면에서 액티브 시니어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다. 이제는 산업 전반의 한축이 된 ‘은빛 물결’이 문화를 흔들고 있다.
올 초부터 화제를 모은 tvN의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는 액티브 시니어의 트렌드를 이끈 대표적인 예다.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 등 평균 연령 76세의 ‘할배’들이 유럽과 대만으로 배낭여행을 떠났다. 육체적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정신적으로 두뇌 회전이 느릴 거란 고정관념을 깬 ‘꽃보다 할배’란 용어는 ‘청춘의 길잡이’로 탈바꿈됐다.
이순재(78)는 “10년 전부터 노인들이 활약하는 드라마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김병욱 PD의 마지막 ‘하이킥’ 시리즈에도 내가 출연할 줄 알았는데, 젊은 친구들 이야기만 넣더니 드라마가 잘 안 되더라”고 눙쳤다. 이어 “‘감자별’에선 내가 실제 나이보다 많은 92세로 등장하는데 전작의 캐릭터보다 오히려 팔팔하다”면서 “노주현과 함께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돼 뿌듯하다”고 전했다.
액티브 시니어의 존재감은 공연 무대로도 이어진다. 이순재는 1988년 연극 ‘가을소나타’ 연출 이후 연기에만 전념하다가 최근 25년 만에 극작가 아서 밀러의 4대 명작으로 꼽히는 ‘시련’의 연출자로 나섰다. 신구(77)는 손숙(69)과 함께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에서 주연을 꿰찼다. 오현경(77)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지난 23일 시작한 연극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에 출연하며 반백년째 무대를 지키고 있다.
조용필의 참여로 화제를 모았던 ‘슈퍼소닉 페스티벌 2013’을 주관한 이진영 포춘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하나의 조각으로 대중문화의 모퉁이를 채웠던 노장들이 문화 전반에서 없어선 안 될 핵심부품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꽃보다 할배’나 조용필처럼 핵심 콘텐츠는 존재했지만 사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이런 트렌드를 만들고, 대중 역시 기다렸던 것 같다”며 “액티브 시니어들이 더욱 다양한 활로로 문화 전반에 스며들 거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