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21일, 헌법재판소가 신행정수도특별법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렸을 때만 해도 `행정도시`는 역사 속에 묻힐줄 알았습니다.
1년이 지난 오늘, 행정수도는 행정도시로 옷을 바꿔입고 되살아났습니다. 헌재의 행정도시 합헌판결은 단순히 행정도시를 지을 수 있게 됐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행정도시를 통해 불거진 정치 사회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으며 국토균형발전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참여정부는 수도권 과밀을 해소하고 지방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국토균형발전을 국정의 핵심과제로 삼았습니다. 국토균형발전의 방법론으로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를 건설키로 한 것입니다. 물론 이 계획에는 주요기관이 지방으로 빠져나감으로써 생길 수 있는 수도권공동화를 막기위한 방안도 포함돼 있습니다.
요약하면 행정도시-혁신도시(기업도시)-수도권 규제완화가 국토균형발전의 3두마차인 셈입니다. 정부는 이 3가지 과제를 2012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행정도시는 2007년에 첫 삽을 떠 2012년부터는 정부기관을 이전시킬 방침이고, 혁신도시는 2007년부터 공공기관을 이전할 계획입니다. 수도권 규제완화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됩니다.
하지만 국토균형발전 사업에는 막대한 재정이 들어가기 때문에 나라살림에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정부는 행정도시에만 8조5000억원의 예산을 잡아놓고 있습니다. 혁신도시와 기업도시, 클러스터 조성에도 도시마다 1조원 이상의 재정이 들어간다고 보면 향후 10년간 최소 50조에서 최대 100조원 이상의 재정부담이 발생합니다.
막대한 재정부담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과밀해소와 지방균형발전이라는 두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위해 사방에 클러스터를 만들고 공장신증설을 남발할 경우 수도권은 다시 과밀화 문제에 봉착할 수 있습니다.
행정도시와 혁신도시가 강력한 인구 흡입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도 의문입니다.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의 이전만으로는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기업도시 또한 `골프도시`라는 비아냥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정부가 8.31대책을 통해 취득-보유-매각 단계마다 무거운 세금을 물리기로 했지만 땅값 상승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이처럼 국토균형발전계획 앞에 놓인 과제는 헌법소원과 같은 법리적인 문제보다 몇갑절 어렵고 중차대한 일들입니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푸는데 지혜를 모으고 역량을 결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