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안근모기자] 향후 4년간 미국의 집값은 10%, 영국의 집값은 25% 떨어져야 정상수준이라고 영국의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5일자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2년전부터 16개 선진국의 집값을 추적해온 이코노미스트는 선진국들의 집값을 소득 수준과 비교해 이같이 추정하면서, 최근 집값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는 호주의 사례를 "전세계적인 부동산 거품 붕괴의 전조"로 꼽았다.
◆호주, 집값 급격히 하락
호주의 주택시장이 빠른 속도로 약화되고 있다. 1분기중 집값이 정부 통계상으로는 전년대비 18%의 상승세를 지속했으나, 보다 속보성이 강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호주 부동산 모니터(Australian Property Monitors) 집계로는 시드니에서 8%, 멜번에서는 13%의 급락세를 나타냈다.
그 뒤로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주말 시드니에서 실시된 집 경매에서는 매물의 3분의1만이 팔린 것이다.
◆미국 영국도 집값 오름세 둔화
미국의 집값은 1분기중 1% 오른데 그쳤다. 최근 6년동안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조사대상 220개 대도시 가운데 39곳에서 집값이 하락했다.
1년전과 비교해서는 여전히 7.7% 높은 수준이지만, 높아진 모기지 금리가 이를 잠식할 것이다. 4월중 신규주택판매는 12%나 감소했다. 10년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영국의 집값은 올 들어 3월까지 7.8% 상승했지만, 2002년말 당시 상승률 25%에 비해서는 둔화된 것이다.
◆금리·실업률 낮은데도 집값 하락.."거품 더 키울 동력이 없어"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그동안 `금리나 실업률이 큰 폭으로 높아지지 않는한 집값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들이 우세했다. 하지만 호주의 사례가 드러나면서 이런 주장이 무색해졌다.
지난 1년간 호주의 금리는 0.5%포인트 정도 상승했을 뿐이다. 지금 5.25% 수준인 금리는 지난 1990년 집값이 떨어지기 시작했을 당시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실업률은 무려 20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호주의 집값하락 원인은 다른 데서 발견되고 있다. 최초 주택구입자들의 수요는 이미 집값에 다 반영이 돼 버렸고, 임대업자들의 수요도 씨가 말라 버렸다. 임대 수익이 모기지 이자보다 적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영국에도 시사점을 던져준다. 영국의 최초 주택구입자 수는 급감했고, 임대업도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집값 10% 떨어져야 정상"
조사대상 16개국 가운데 미국과 호주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뉴질랜드 스페인 등은 임금 및 임대수익 대비 집값 수준이 역사적 고점에 달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소득대비 집값 비율은 지난 30년간 평균 구간인 25∼60% 범위를 벗어나 있다. 소득이 크게 늘지 않는한 이 범위에 수렴하기 위해서는 집값이 떨어지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들 국가의 임금은 연간 3∼4%밖에 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집값이 얼마나 떨어져야 할까. 임금이 지금처럼 상승된다고 전제하고, 집값 하락세는 앞으로 4년간 진행된다고 가정할 경우 △미국은 10% △뉴질랜드는 15% △호주 영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페인 등은 20∼30% 내려야 한다.
물론 기록적으로 낮은 실질금리는 소득대비 집값 비율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해 줄 수도 있지만, 과거 주택 거품이 붕괴되던 때에는 집값이 역사적 평균치의 10%아래로 곤두박질 쳤던 점도 기억해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