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빅테크의 시장독점을 조사 중인 유럽연합(EU)이 구글과
삼성전자(005930) 간 인공지능(AI) 협력에 따른 반(反) 경쟁적 효과를 살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직접 조사 범위에 있진 않지만, 구글과 협력에 제동이 걸릴 경우 갤럭시 AI 전략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사진=삼성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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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최근 한 콘퍼런스에 참가해 “삼성전자의 특정 기기에 구글의 제미나이 나노가 사전 설치된 효과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정보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의 발언은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이 ‘게이트키퍼’로 지정한 구글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실제 조사가 이뤄질 경우 구글과 기술 협력을 맺은 삼성전자도 유탄을 맞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출시한 갤럭시 S24에 처음으로 온디바이스 AI(기기 내에서 AI 연산 처리) 기능을 적용했는데, 자체 개발 AI인 ‘가우스’의 경량화 버전과 구글의 경량 언어모델(LLM) 제미나이 나노를 함께 사용했다. 구글과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에 구글 AI 모델을 내장하기 위해 다년간의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EU의 압박으로 구글과 삼성 간 협력에 차질이 생길 경우 갤럭시 AI 전략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보인다.
지난 3월부터 시행된 EU의 DMA는 일정한 규모의 플랫폼 사업자를 ‘게이트 키퍼‘로 지정하고 이들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들이 구축한 플랫폼 내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명 빅테크 갑질방지법으로도 불린다. 알파벳(구글 모회사)·아마존·애플·메타·마이크로소프트(MS), 부킹닷컴, 바이트댄스(틱톡 모회사) 등 7개 기업이 게이트키퍼로 지정됐다. 삼성전자는 DMA 규제 대상 기업이 아니다.
올 3월 EU는 오픈AI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MS에 AI 협력 사항에 관한 질의서를 보내며 ‘AI 독점성’ 조사에 나섰다. 베스타게르 집행위원은 “특정 독점 조항이 경쟁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EU가 빅테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애플은 앞서 지난 21일 DMA가 자사 제품과 서비스의 보안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아이폰에 탑재할 예정인 ‘애플 인텔리전스’ 등 AI 기능을 유럽에서는 보류하기로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