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달러화 가치, 3개월래 최저…연준 매파 "추가 금리인상 불필요"

'매파' 크리스토퍼 월러, 금리인하 가능성 시사 영향
"인플레 2% 복귀 확신 점점 커져…합리적 확신"
추가 긴축 우려 잦아들며 美국채 금리·달러 가치 하락
시장선 2명중 1명이 내년 5월 금리인하 가능성 점쳐
  • 등록 2023-11-29 오전 10:37:13

    수정 2023-11-29 오후 7:29:08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달러화 가치가 3개월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 중반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확신이 커진 영향이다.

크리스토퍼 월러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 (사진=AFP)


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미국 달러화의 가치를 측정하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전일대비 0.5% 하락한 102.61로 지난 8월 중순 이후 약 3개월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인덱스는 이번 달에만 3.6% 하락해 연간 최대 낙폭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에서도 가장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인 인사로 꼽히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가 기준금리를 더 올릴 필요가 없다고 밝힌 것이 달러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그는 이날 미국기업연구소(AEI) 행사 연설에서 “현재의 통화정책이 미 경제를 둔화시키고,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데 적절하다는 확신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지금 당장 금리인하를 결정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지만 다양한 영역에서 인플레이션 둔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러 이사는 또 현재 3.9% 수준인 실업률의 급격한 상승 없이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과 관련해 “합리적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대비 3.2%를 기록, 작년 6월 9.1% 대비 크게 하락한 상태다. 30일 발표되는 10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도 전년 동월대비 3.5% 상승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PCE는 연준이 통화정책을 결정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지표다.

월러 이사는 다만 “노동시장이 일자리 창출이 공급을 앞지르는 상당히 타이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연준이 금리인상 사이클을 끝냈다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선을 그었다.

월러 이사의 연설 이후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일대비 0.04%포인트 하락한 4.35%를 기록해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연준이 9월 FOMC에서 높은 수준의 기준금리를 장기간 유지하겠다고 시사한 뒤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달 5%를 넘어선 바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물 금리도 4.75%까지 떨어져 지난 8월 10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추가 긴축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며 미 달러화 가치도 하락한 것이다. FT는 “내년 중반에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확신이 커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하락했다”며 “투자자들은 내년 5월 인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기준 연준이 내년 5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49.3%로 집계됐다.

연준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11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한 뒤 지난 9월과 11월엔 금리를 동결했다. 내달 12~13일 FOMC에서도 숨고르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5.25~5.5%로 22년 만에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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