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편의점 알바 등을 대상으로 수습 기간 중 최저임금 감액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고시 개정을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서자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이해당사자들로부터 충분한 의견수렴 등이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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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저녁 회원 수 6만명의 네이버 카페 ‘행복한 편의점 만들기 연구소’에는 “편의점 알바 수습으로 감액하는거 없애겠답니다”는 제목이 글이 올라왔다. 행복한 편의점 만들기 연구소는 가맹본부와 관계없이 가맹점주들이 온라인상에 모이는 통합 사랑방이다.
회원들은 “점점 근로자만 보호하고 사용자는 몰아세우는 게 느껴지네요” “이제 편의점은 야간 안 하고 가족끼리 하는 방법밖에 없을 듯” 등 불만을 쏟아냈다. 한 푼이 아까운 점주들 처지에서 그만큼 예민한 이슈인 것이다.
계상혁 전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은 “이렇게 되면 뭐하러 생판 초짜를 뽑겠느냐. 경력자를 뽑고 말지”라면서 “(정부는) 진정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생각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6시간 교육으로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다. (1년 계약 시) 수습 기간 3개월이 길다면 최소한 한두 달로 줄여서라도 (감액 기간을) 존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만간 관계기관들에 점주들의 입장을 정리해 전달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알바들은 환영하고 있다. 한 알바는 “감액 기간을 악용해 3개월씩 사람을 쓰고 버리는 악덕 점주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력 2년의 또 다른 알바는 “나도 처음에 겪었던 일”이라며 “최저임금 인상보다 오히려 더 시급히 개선했어야 할 사안인데 이제라도 ‘비정상의 정상화’가 이뤄진다니 다행”이라고 했다.
회원 수 4만명의 네이버 카페 ‘전국 편의점 알바생 모임’에도 실시간으로 점주들 카페 동향 등을 전하거나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는 글이 게시되고 있다. 물론 일부 신중론도 있다. 실제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라며 여러 명목으로 급여를 떼가고 말 것이란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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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는 최근 최저임금 감액적용 제외 대상인 단순노무업무 직종에 대한 조사·분석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이번 연구용역은 최저임금을 90%까지 감액 적용할 수 있는 수습 기간 근로자와 적용 제외 대상인 단순노무직 근로자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발주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행 고시에 명시된 단순노무직과 상식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단순노무직의 차이를 분석하기 위해 이번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중”이라며 “수습을 두는 이유가 일을 배우는 취지인데, (편의점 알바처럼) 몇 시간 만에 배워서 할 수 있는 일이면 감액 적용을 하는 취지에 맞지 않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뜯어볼 것”이라고 했다. 이는 국회입법조사처도 문제 삼고 있는 대목이다.
최저임금법 제5조2항은 석 달의 수습 기간 중엔 최저임금의 90%를 지급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때 근로자와 사용자가 1년 이상 근로계약을 맺어야 하고, 계약을 체결할 때 수습 기간을 명시해야 한다. 다만 단순노무직의 경우 수습 기간에도 반드시 최저임금의 100%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표준직업분류상 숙련도가 가장 낮은 대분류 9에 해당하는 단순노무직은 6개 중분류 △운송(하역 및 적재) 관련 단순 종사자 △배달원(우편·음식·신문 등) △제조 관련 단순 노무 △청소 및 경비 관련 단순 노무 △음식 관련 단순 종사자 △판매 관련(주유·전단지 배포) △주차관리로, 대분류 9에 속하지 않으면 최저임금 감액적용 예외 조항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실상 단순노무직인 편의점 알바는 대분류 5(판매 종사자)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수습 기간 중 최저임금을 감액해도 문제가 되지 않아 불합리하다는 주장이 청년유니온 등 시민단체에서 제기됐다.
여기에 국회가 공감하고 고용부가 최저임금 감액적용 제외 대상을 둘러싼 혼란을 해소하겠다며 팔을 걷어 붙이고 있는 만큼 앞으로 편의점 알바 근로자는 감액 적용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이는 단순 고시라 연구용역 결과에 따라 쉽게 개정 가능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