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4일 ‘전력판매시장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하자 업계 안팎에서는 전기요금 개편론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미세먼지 논란이 큰 석탄화력발전소 대신에 신재생 분야 육성을 촉구하는 측에서 우선 개편론을 제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왜곡된 가격구조 개편과 재생에너지 지원을 위한 별도의 가격 체계가 없으면 개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논평했다.
이는 현행 전기요금 체계를 그대로 놔두고 개방하면 후발 업체들의 요금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정용 요금은 109.6 $/MWh, 산업용 요금은 101.5 $/MWh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해 각각 61.3%, 80.6%로 저렴했다. 같은 조건으로 전력거래 시장에서 경쟁할 경우 원가가 비싼 신재생 업체 측보다는 한전 쪽이 요금 경쟁력이 있다.
독일의 경우 2000년 당시 발전차액지원제도(Feed-in Tariff)를 세계 최초로 도입해 이 같은 문제를 해소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 인센티브를 줘 시장 가격과의 차이를 보전해주는 제도다. 그 결과 독일은 석탄화력은 줄고 신재생 발전량은 1990년 4.1%에서 2014년 27.5%로 증가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등 재정 부담을 이유로 2012년에 발전차액지원제도를 폐지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송용주 연구원은 “적극적인 신재생 지원 정책이 없다면 신성장동력으로 발전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전사 “한전 거래가격 바꿔야”, 국회 “누진제 개편부터”
발전사 관계자는 “한전 실적이 안 좋으면 정산조정계수가 조정돼 자회사인 발전사가 손해 보는 구조”라며 “이런 요금체계가 계속될수록 한전이 독식하는 구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전이 받은 전기료는 전년보다 1.5% 늘어난 53조963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용 누진제를 개편해 전기료를 인하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력판매 시장이 개방될 경우 △민간기업의 가격 현실화 요구 △영국 등 요금인상 선례 등을 고려할 때 전기요금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난감한 산업부 “사회적 합의부터 이뤄야”
전기요금 개편론으로 불똥이 튄 상황을 두고 산업부는 당혹스런 분위기다. 산업부 관계자는 “민간이 한전과 경쟁할 수 있도록 개편하면 ‘특혜’ 논란이 불거질 것이고 신재생 업체를 고려해주면 재정 부담에 따라 전기요금이 올라갈 수 있다”며 “이런 불편한 진실을 사회적 합의로 어떻게 조정할지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에 당장 전기요금 개편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하반기에 요금체계 개편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종영 중앙대 교수(전 지식경제부 에너지정책 전문위원)는 “현행 전기요금 체계를 바꾸지 않고서는 전력시장 판매 개방 효과는 없고 민영화 논란만 거세질 것”이라며 “정부가 무엇을 위한 전력시장 개방인지 에너지정책 목표부터 명확하게 하고 로드맵을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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