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안승찬기자] "이게 바로 우리가 자체 개발한 300만 화소 카메라폰 모듈입니다. 가격 경쟁력이 있어 앞으로 돈을 벌어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자가 팬택앤큐리텔 송문섭 사장 집무실을 찾았을 때, 송 사장은 인터뷰 도중 책상 위에 있던 카메라 모듈을 기자에게 건넸다.
미국 스탠포드대학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의 송 사장 표정에는 팬택앤큐리텔의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배어 있었다.
그가 들고 있는 최신형 핸드폰에 대해 기자가 관심을 보이자, "신제품을 출시하기 몇달 전에 작동오류와 소비자들이 느낄만한 불편이 없는지 등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 사장인 내가 먼저 제품을 써 본다"고 말했다. 엔지니어다운 면모가 느껴졌다.
국내 3위 휴대폰업체로 자리잡은
팬택앤큐리텔(063350)의 송문섭 사장 책상위에는 실제로 아직 최종 테스트가 끝나지 않은 신제품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는 "나는 매번 불량품만 쓴다"며 웃었다. 송 사장의 최종인가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신제품들은 일단은 `불량품`신세라는 설명이다.
품질경영에 대한 송 사장의 철학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팬택앤큐리텔 송문섭 사장은 edaily와 조선일보, 디지틀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경제유니버시아드대회`에 참여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톱 10 CEO`로 선정됐다.
대학생들이 평가한 한국 미래를 짊어질 톱 10 경영자, 송문섭 사장을 만나 한국 휴대폰 산업의 장래와 회사의 경영현황에 대해 들어봤다.
송 사장은 내년 3세대 휴대폰인 WCDMA단말기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의 휴대폰업체들이 앞으로 전세계 시장의 40%까지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휴대폰 산업에 대한 어두운 전망들이 많은데
▲휴대폰 시장은 90년 중반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예측기관들이 연 30% 성장을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매년 50%씩 성장했다. 매년 공급이 부족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2000년부터 역성장이 나타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이제는 비교적 정상을 찾아 5~10%의 성장 궤도에 접어들었다.
호황때에 비해서는 슬로우하지만, 아직 휴대폰 시장은 크다. 시장전체에서 보면 한국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휴대폰은 한국기업이나 한국인 특성에 잘 맞는다고 본다. 특히 휴대폰 개발 기술자가 국내에 1만5000~2만명 가량 있다. 이렇게 많은 나라는 거의 없다.
중국의 도전 등이 있지만 인력자원을 충분히 활용하면 몇년 내에 한국 휴대폰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현재 27%정도에서 40%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휴대폰 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점은
▲PC 등의 경우와 달리 휴대폰 산업은 소프트웨어가 엄청나게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만 보더라도 SK와 PCS업체들은 통신망도 다르고 서비스도 각각 따로 가려는 경향 있다.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사업자를 다 맞춰주려면 소프트웨어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결국 그게 살 길이다. 각 사업자마다 다양한 것들을 요구하고, 독특한 통신망도 모두 맞춰주어야 한다. 미국시장이 어려운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따라서 휴대폰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본다. 소프트웨어 기술자를 만드는 교육이 필요하다. 또 주변 부품업체도 더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시장점유율 40%가 가능하다.
또 휴대폰산업은 대기업형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벤처들이 휴대폰 산업에 많이 뛰어들었지만 근본적으로 어렵다. 휴대폰 산업은 마케팅이나 경영활동의 차별화가 필수적인 업종이기 때문이다. 휴대폰 기술은 기존의 기술을 짜 맞추는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휴대폰은 대기업에 적합하다.
-오디오박스 인수에 실패했는데, 북미사업에 문제는 없나
▲그간 미주시장에는 자체 브랜드 수출이 거의 없었다. 오디오박스란 유통회사를 통한 ODM(제조자생산설계방식)을 많이 했었다.
ODM은 OEM(주문자생산방식)과는 다르다. OEM의 경우 브랜드만 없는 게 아니라 제품 기획도 주문자가 알아서 다 한다. 제품이 어디로 유통되는지, 얼마나 팔리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ODM의 경우는 다르다. 팬택앤큐리텔의 경우 실제 통신사업자와 만나 직접 제품을 기획했다.
한국의 경우 제품 기획이 9개월 걸리지만, 미국은 1년 반정도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시간도 많이 걸리고 개발비도 2.5배 든다. 미국 시장이 그만큼 어렵다.
미국 사업의 경우 이동통신사업자에서 직접 가져가서 그 사업자의 로드맵에 따라서 움직인다. 그래서 직접 협의해야한다.
오디오박스는 중간 유통만 담당했고, 제품기획에서부터 어떤 사업자에게 납품되는지까지 우리가 스스로 해결했다. 이제는 우리 품질과 제품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어 있다.
따라서 오디오박스 없어도 잘못될 확률은 거의 없다. 지금은 이통사업자 브랜드만 쓰고 있는데, 돈만내면 당장이라도 우리 브랜드를 붙일 수 있다. 밖에서 보면 불안할 수 있지만 크게 달라질 건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자체 브랜드 파워가 약하지 않나
▲물론 브랜드는 중요하다. 회사가 오래되면 특허와 브랜드만 남는다. 그만큼 브랜드가 중요하다. 삼성도 휴대폰 때문에 브랜드 파워가 늘지 않았나.
그러나 브랜드를 셋업하려면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부터 북미시장에 브랜드 중심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균형있게 가야한다고 본다. 가능한 것부터 차근차근해야한다.
미국 브랜드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나서기는 아직 어렵지만 중심부를 중심으로 조심스럽게 시작할 생각이다. 그러나 일단 브랜드보다는 직접영업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브랜드 마케팅을 이미 시작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TV 광고 등도 진행중이다. 국내에서도 광고에만 400억원을 들이는 등 활발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그렇지만 당장 미국에서 무모한 브랜드 프로모션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최근 팬택앤큐리텔도 GSM단말기쪽을 강화하고 있는데
▲현재 미국 고객중 CDMA사업자는 거의 다 커버하고 있다. 버라이존, 스프린트 등에서의 점유율을 더욱 올리는 작업이 남은 셈이다.
그러나 CDMA 이외에 GSM쪽 확대도 중요하다. CDMA의 경우 제조사별 경쟁이 다소 적을 수 있지만 CDMA는 시장지배력을 확고히 가지고 있는 통신사업자가 직접 고객이다. 그만큼 이익 내기가 어렵다.
그러나 GSM은 직접 대리점에서 판매할 수 있다. GSM시장은 융통성이 있고 CDMA에 비해 시장도 넓다. 조금만 노력하면 괜찮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고부가제품 비중이 아직 적은데
▲한국시장에서는 얼마든지 회사전략에 따라 고가폰을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처음부터 고가품을 맡기는 구조가 아니다.
국내에서는 중간쯤 개발된 상태에서 갑자기 통신사업자에게 찾아가도 제품을 받아주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처음부터 개발 허가를 받지 않으면 절대 제품을 납품하지 못하는 구조다.
미국은 1년반 정도 사전에 통신사업자와 여러차례 만나서 개발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미국은 개발허가를 지정해주면 거기에 투자를 한다고 생각한다. 미국 사업자들은 망테스트, 연구 등도 같이 진행하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자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고가품을 쉽게 시켜주지 않는다.
과거에 삼성보다 카메라폰을 먼저하겠다고 미국 사업자에게 얘기한 적 있다. 자신있었지만 미국쪽에서 거절당했었던 아픈 기억도 있다.
그러나 고부가가치 제품이 있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어떻게해서든 고가품 비중을 높이려고 노력중이다.
처음에는 평균판가가 130달러가 안됐었다. 그러나 올해 판가는 160달러를 넘는 상황이다. 2년전부터 중고급 제품도 미국 사업자들이 받아주고 있다. 최고가 제품은 어렵지만 중고급과 보급형을 동시에 하고 있다.
GSM단말기나 국내시장에서는 재량껏 고가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그러나 북미 CDMA시장에서는 마음대로 고가품 비중을 높일 수 없는 구조다. 그만큼 쌓이지 않으면 안된다.
-3분기 실적은 다소 부진했는데
▲영업이익률이 좋지 않았다. 가장 큰 원인은 예상보다 내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내수를 위한 개발, 판매조직 등 고정비용이 있는데 매출이 줄어드니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구조적이라기 보다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 휴대폰 시장이 전반적으로 그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율은 전체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제 휴대폰산업은 과거처럼 높은 마진을 향유하기는 어려운 쪽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회사가 굉장히 어렵다는 악성 루머도 있다
▲팬택앤큐리텔은 성장하면서도 현금 상태는 굉장히 좋은 상태다. 우리는 현금이 많아서, 망하거나 어려워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자금 문제가 없다.
-조직이 다소 느슨해졌다는 느낌도 드는게 사실이다
▲작년 가을 거래소에 상장할 때는 전직원이 공통된 목표가 있었고 의지를 가지고 일했다. 그러나 이전에 비해서는 다소 해이해진 것 같다. 요즘은 우리 상황을 직시하고 앞서가는 회사와의 격차를 강조하고 있다.
-주가가 다소 많이 떨어졌는데
▲일차적인 책임은 CEO인 본인에게 있다. 주주들께 죄송하다. 종업원들이 가지고 있는 우리사주 매입가보다 현재 주가가 내려가 있어서 걱정이다.
결국은 펀더멘탈이 좋아져야 할 것이다. 투자자들의 걱정요인을 나름대로 정확히 분석하고 있고 이를 개선중이다.
다만 다소 시장이 과잉반응하고 있는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저력이 주가에 계산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어려운 미국시장에서 이익을 시현하고 있다. 그밖에도 몇가지 시장개척 사항 등이 알려지지 않는 것도 있다.
-새로운 시장개척이라면
▲팬택앤큐리텔은 그동안 유럽시장에 진출하지 않았었다. 유럽은 문화도 보수적이어서 신규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유럽 GSM단말기 시장이 3세대로 변화해가는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변화가 있을 때는 기회가 온다.
3세대 휴대폰인 WCDMA단말기 개발에 지난해 가을부터 투자하고 있다. 현재 유럽 바이어들과 제품 협상을 진행중이고, 제품도 절반은 이미 만들어놨다.
팬택앤큐리텔 입장에서는 새로운 시장개척이 되는 셈이다. 이미 문은 들어갔다. 내년 2분기, 늦어도 내년 3분기에는 WCDMA 단말기를 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외에도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시장개척을 준비중에 있다.
팬택앤큐리텔의 전반적인 GSM 강화도 WCDMA단말기 개발과도 관련있는 것이다. 사업을 하다보면 높은 버전만 가지고 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
-팬택과 팬택앤큐리텔 합병도 가능한 것 아닌가
▲합병과 관련한 논리는 인정한다. 그러나 팬택은 모토로라 비지니스가 있고, 우리는 모토로라와 경쟁구도다.
과거 합병을 토론한 적은 있지만 현 체제를 유지키로 결정했었다. 영업채널이 다르고 경쟁체제에 따른 장점도 있다.
팬택의 모토로라쪽 ODM 물량이 줄어들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관계를 끝낼 것으로 확신할 수는 없다. 내년말 다시 계약을 연장할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닌가.
-카메라모듈을 자체 개발했는데
▲LG전자는 소니에서, 삼성전자는 팬탁스에서 카메라모듈을 공급받고 있지만, 팬택만 미국회사와 공동으로 자체 개발했다. 화질은 비록 다소 떨어지지만 가격경쟁에서 앞설 수 있는 요인이다. 기술력은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
-팬택앤큐리텔은 어떤 인재를 원하나
▲휴대폰 분야를 충분히 공부하고 오는 사람은 없다. 회사에 들어와서 실제로 경험하면서 배워야한다. 열의가 없으면 참기 어렵다. 배우고 도전하는 열의가 필요하다. 휴대폰 산업은 국가산업의 중요한 축이다. 많은 우수한 인재가 이쪽에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개인적인 어려웠던 점은
▲그동안 주로 어려운 일들만 주로 맡아왔다. 심각한 적자에서 주로 사업을 맡았다. 그래서 운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팬택앤큐리텔에 온지 4년반이됐다. 어려운 상황에서 시작했는데 이제 안정적인 회사가 돼가고 있다.
지나고 보면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못해보는 것 아니냐. 어려운 과정에서도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운이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