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갑자기 사람들이 밀리면서 친구가 아래에 깔렸습니다”헬로윈 축제로 떠들석했던 거리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 압사 사고로 151명의 사망자(30일 오전 10시 기준)가 발생한 가운데, 당시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의 증언이 연이어 전해졌다.
이날 연합뉴스에 따르면 당시 압사 사고를 목격한 20대 남성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며 “이태원 뒷골목에 빼곡하게 들어찬 사람들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도 알지 못한 채 순식간에 인파의 압력에 밀리면서 한꺼번에 넘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고 직후 곧바로 문이 열려 있던 술집으로 다급하게 들어가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영상=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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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 박모씨는 “나처럼 키 작은 사람들은 숨을 못 쉴 정도로 사람 사이에 껴 있다가 사고가 발생했다”며 “그나마 (우리는) 골목 옆쪽에 있어서 살았는데 가운데 있었던 사람이 많이 (피해를) 당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당시 다친 친구를 돌보던 20대 여성도 “지하철역 쪽으로 가고 있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오도 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며 “갑자기 사람들이 밀리면서 친구가 아래에 깔렸다”고 설명했다.
다친 다리를 응급처치받은 20대 남성은 “밤 10시 30분쯤부터 사람이 밀려나기 시작하다가 10시 40분부터 앞쪽에서부터 차례로 사람이 넘어지면서 5∼6겹으로 쌓였다”고 묘사했다.
그는 “골목 양쪽의 술집이나 클럽에 있는 사람들의 핼러윈 복장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 또 어떤 사람들은 지나가려고 하다 보니 서로서로 부딪히며 일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 30일 새벽 압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현장에 급파된 의료진들이 부상자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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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 선여정씨 또한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원래부터 사람이 많았지만 그래도 다들 잘 걸었다. 갑자기 한 번 엉키기 시작하더니 사람들이 힘으로 밀고 당기다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며 상황을 전달했다.
그는 “나도 인파에 밀려 친구랑 멀어질 때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후 많은 사람들이 CPR을 받고 있었다. 한순간에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모두 경황이 없었다. 마치 재난영화 같았다”고 급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 (영상=뉴스1T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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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에 제보된 다수의 현장 영상에 따르면 골목 경사면 아래쪽에서부터 인파에 갇힌 사람들이 출동한 경찰들에게 “살려주세요”, “죽을 것 같아요”, “꺼내주세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호소하는 모습이 담겼다.
경찰과 구조대 등은 시민과 합세해 가장 밑에 넘어져 있는 사람의 팔을 당기며 구조에 힘썼다.
비극의 시작은 전날 오후 10시 15분께 이태원 골목 일대에서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에서부터 비롯됐다.
| 30일 오전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모습.(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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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가 발생한 곳은 이태원 해밀톤호텔 뒤편의 내리막길로, 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인 폭 4m 내외의 좁은 골목길이다.
이곳은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에서 올라올 수 있는 길이며, 다수 주점이 밀집된 곳이라 한꺼번에 인파가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사망 149명·부상 76명이라고 발표했다. 사망자 가운데 여성이 97명, 남성 54명으로 파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