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의 마법’으로 불리던 SK(034730)그룹의 계열사 기업공개(IPO)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SK그룹은 이미 2007년 주요 그룹 중 최초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지배구조의 모범으로 평가받았고, 분할·신설한 계열사들을 잇따라 상장하며 막대한 차익을 거둬 세간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지난해 SK바이오팜의 ‘따상상상’에 이어 SK바이오사이언스가 ‘따상’에 성공했지만, 최근 사상 최대 청약경쟁률로 관심을 모았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따상은 커녕 상장 후 사흘 연속 하락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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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IET, ‘따상’은 커녕 ‘3일연속’ 하락…시초가대비 31% `뚝`
지난 11일 코스피시장에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이하 SKIET)는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인 21만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직후 22만2500원을 고점으로 하락세로 직행했다. 상장 첫날 15만4500원으로 거래를 마친 SKIET는 둘째날에도 장중 16만원을 고점으로 결국 4.53% 추가하락한 14만7500원을 기록했고 13일에도 2.03% 추가 하락하며 14만4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공모가 10만5000원에 비해 37.6% 가량 높은 수준이지만, 최소 따상(공모가 더블 시초가에 상한가 27만3000원·160%)을 기대한 투자자들에겐 적지 않은 실망감을 안겨준 수익률이다.
SK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했지만, ‘최태원 회장→SK C&C→SK’로 연결되는 옥상옥 구조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2015년 7월에서야 SK C&C가 기존 지주사인 SK를 흡수합병하고, 사명을 SK로 변경하며 지금의 SK 체제가 완성됐다. 최태원 회장의 사촌 최창원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006120)(옛 SK케미칼)의 최대주주로 SK가스, SK케미칼 등을 지배하고 있다. 2017년 12월 SK케미칼의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로 설립하며 현재 SK케미칼 지분율 33.5%를 보유하게 됐다. SK 산하 계열사들과 SK브랜드를 공유하며 그룹사 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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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로 3곳 상장…흡수한 자금만 4.7兆
그동안 SK그룹은 ‘쪼개기의 마법’으로 불릴 만큼 계열사 분리 상장에 성공하며 이목을 끌었다.
SK바이오팜(326030)은 SK의 생명과학사업을 물적분할해 2011년 4월 1일 신설됐다. SK가 지분 100%를 가진 계열사로 IPO를 통해 SK는 구주매출로 3070억원의 자금을 챙겼고, 신주발행을 통해 SK바이오팜에는 6523억원이 유입됐다. 현재 SK가 보유한 SK바이오팜 75%의 지분가치는 6조3433억원 수준이다.
지난 3월 18일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의 경우 최창원 회장이 최대주주인 SK디스커버리 계열의 SK케미칼(285130)이 최대주주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는 옛 SK케미칼(현재 SK디스커버리)에서 백신부문(VAX)사업을 단순 물적분할해 2018년 7월 설립된 신설회사다. 지난해 말까지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 지분 98.07%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올해 3월 기업공개를 통해 구주매출과 신주 발행을 33%, 67%씩 단행하며 지분율이 68.43%로 낮아졌다. SK케미칼은 구주매출을 통해 4973억원의 자금을 가져갔고,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기업공개를 통해 9945억원의 뉴머니를 조달받았다. SK케미칼이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지분가치는 현재 7조6169억원 수준이다.
SKIET는 2019년 4월 1일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부문이 물적분할돼 신설된 법인이다. 2차전지 분리막, 배터리소재 등의 생산 판매를 주된 영업으로 하며, IPO이전 SK이노베이션의 지분율이 90%, 프리미어슈페리어가 10%였다.
SKIET는 이번 기업공개에서 구주매출 비중이 60%에 달했다. 과거 SK바이오팜이나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구주매출 비중이 32~33%였던데 비하면 2배나 많은 규모다.
구주매출의 경우 구주주에게 매각대금이 돌아가 회사에 들어오는 신규자금 규모가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이번 상장으로 SK이노베이션(096770)에는 1조3476억원의 구주매각대금이 유입됐지만, SKIET가 조달한 뉴머니는 8984억원에 그쳤다. 통상 IPO의 목적이 신규자금 조달에 있는 만큼 높은 공모가 논란과 맞물려 최대주주(SK이노베이션)의 현금 챙기기 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SK IET 61.2%의 지분가치는 현재 6조3050억원이다.
한 금투업계 관계자는 “SK가 많은 계열사들을 분할하고 상장하며 자금조달을 상당히 했다”며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비싸게 파는데 초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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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시총 200조 `육박`…한국의 손정의?
2011년 말 SK그룹의 코스피대비 시총 비중은 4.9%(49조4712억원)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12일 기준 SK그룹의 시총은 199조3041억원으로 2011년말 대비 4배가량 늘었고, 불과 5년 전인 2016년말(87조1209억원)에 비해서도 2배 이상 확대됐다.
이는 그룹 총수인 최태원 회장의 의지와도 맞닿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10월 SK CEO세미나 폐막식에서 “각 관계사가 만든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에 시장의 신뢰와 사회의 공감이 더해질 때만 기대수준을 뛰어넘는 기업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3월 SK 주주총회 직후 장동현 SK 대표는 “지주사인 SK의 주가를 2025년 200만원까지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시가총액으로 따지면 140조원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셈이다. 현재 SK의 시가총액은 18조5751억원 수준이다.
이를 위해 지주사 SK는 홀딩스 타이틀을 버리고 투자전문회사로 변화하겠다고 밝혔다. 자회사로부터 벌어들인 현금으로 투자를 확대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첨단소재(반도체) △바이오 △탄소경제 △AI&Data 등 4가지 사업군을 정해 도움이 되면 적극적 M&A를, 연관성이 떨어지면 매각을 통해 수익을 높일 방침이다.
지난 3월 한국기업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SK그룹 지주사인 SK가 상장사의 경우 지분율 40% 초과분, 비상장은 50% 초과분을 매각한다고 가정하고 회수가능액을 산정한 결과 SK바이오팜을 비롯해 SK이엔에스 등 회수가능액은 총 4조7627억원에 달했다. 이는 주요 지주사 중 가장 큰 규모다. 보고서에서 현대중공업지주(267250)는 회수가능액이 2조4767억원으로 추산됐지만, 롯데지주(004990)나(2618억원) CJ(001040)(2560억원) 등은 많아야 2000억원대에 그쳤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은 한국의 소프트뱅크, 나아가 워렌버핏이 되려는 것 같다”며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도 좋지만, 투자를 잘해 주가를 올리겠다는 건 본업에 충실하기보다 펀드매니저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주사인 SK는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3년간 미국 플러그파워(8000억원)를 비롯해 에너지, 모빌리티, 바이오제약, 물류인프라 등 17개사 이상을 인수합병(M&A)했다. 금액을 밝히지 않은 2건을 제외하더라도 투자한 자금만 2조6000억원을 웃돈다. SK그룹은 회사채 시장에서도 매년 가장 많은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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