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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부는 앞서 3일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 결과와 관련해 “양국이 건강코드 상호 인증체제 구축하고 백신 협력을 전개하며 양국의 패스트 트랙을 더욱 강화하자고 동의했다”고 발표했다. 또 “한국 측은 중국의 춘묘행동 계획을 지지했다”고 덧붙였다.
건강코드 상호인증 체제는 중국판 백신여권을, 춘묘행동은 해외거주 중국인들에게 중국 백신을 접종시키겠다는 계획을 의미한다. 중국은 위챗 미니프로그램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력을 공유하고 이를 바탕으로 백신 접종자들이 격리 없이 상대국을 오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해외 거주 중국인들에게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고 필요할 경우, 이를 위한 중국 백신 접종센터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피력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중국 백신 승인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백신여권과 한국 내 중국인에 대한 중국 백신 접종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리 보건당국이 중국 백신에 대한 효력을 인정하고 이 백신을 맞은 이들에 대한 행동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측은 우리나라가 아직 중국 백신에 대한 효과도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에 대한 상호 인증과 주한 중국인에 대한 백신 접종에 우리나라가 동의, 혹은 긍정적인 의사를 밝혔다고 밝힌 셈이다.
이번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방중은 ‘공식 방문’이 아닌 ‘실무 방문’ 형식으로 이뤄졌다. 따라서 두 나라간 조율된 공동성명 등은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각자 회담의 내용을 정리해 발표하는 방식으로 갈음했다. 그 과정에서 한·중 외교당국 간 충분히 교감되지 않은 내용이 중국 측의 발표에만 담긴 셈이다.
중국이 자국의 백신 외교를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국과의 외교회담을 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중국 정부 공식사이트와 유니세프 데이터 등을 바탕으로 중국 백신 공급처를 집계한 결과, 적어도 70개 국가·지역이 중국 백신을 승인·계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를 받은 국가·지역은 37개에 달한다.
네팔의 경우, 인도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수출을 중단하자 결국 중국에서 80만회 분의 기부를 받았다. 유럽연합(EU)에서는 헝가리가 중국 백신을 승인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중국 백신을 접종한 후 헝가리 국민들에게 “(중국 백신을 맞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