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한국의 실리콘밸리' 꿈꾼다..창조경제 첨병

  • 등록 2013-06-04 오후 2:06:00

    수정 2013-06-04 오후 2:06:00

[이데일리 안혜신 기자] “예전엔 시내버스도 없었어요. 그때에 비하면 기반시설도 잘 갖춰지고 많이 좋아졌죠.”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과학단지) 입주 1호 기업인 파이온텍 김태곤 대표의 말이다. 오송역(KTX)에 내려 말끔하게 포장된 4차선 도로를 따라 10여 분 정도 미끄러지듯 달려가면 ‘한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과학단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새 정부 들어 ‘창조경제’가 화두로 급부상하면서 과학단지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지고 있다. 창조경제의 첨병 역할을 하는 정보기술(IT)관련 기업들이 대규모로 집적돼 있어서다. 너른 대지 곳곳에는 새로 입주할 기업들의 건물 공사가 한창이다.

“우리가 ‘창조경제’ 주역”

과학단지에는 현재 의약품과 화장품, 의료기기, 건강기능식품 등을 다루는 60여 개 기업이 둥지를 틀 예정이다. 이들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기둔화 속에서도 입지를 단단히 다져가고 있다.

김태곤 파이온텍 대표가 충북 오송 본사에서 자사 제품을 손에 들고 설명하고 있다.(한국 산업단지공단 제공)
과학단지에 입주한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이 넘쳤다. 정부가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산업과 산업을 융합시키는 것이 창조경제라고 밝혔듯 현재 자신들이 하는 연구개발(R&D)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파이온텍은 바이오·나노기술을 화장품에 접목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모두 어렵게 여기는 바이오라는 개념을 가장 이해하기 쉬운 일상생활 분야로 융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지금까지 없었던 신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한국의 실리콘밸리 꿈꾼다”

‘예술’이 지닌 창조성과 혁신성을 발효연구에 응용하는 업체도 있다. 샘표식품(007540)의 발효전문연구소 ‘우리발효연구중심’이 대표적이다. 이 연구소는 외관부터 독특함을 자랑한다. 처음 방문한 사람이라면 아기자기한 갤러리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는다.

샘표식품의 오송 연구소인 ‘우리연구발효중심’ 복도는 벽화가 그려져 있어 마치 갤러리처럼 꾸며져 있다.(샘표식품 제공)
연구소 정원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자연과 어우러진 커다란 화분과 같은 조형물이다. 과거 샘표간장 공장 굴뚝으로 만든 예술품이다. 이 조형물은 ‘기업을 기록하는 화분’이라는 컨셉트로 만들어졌다.

건물 1층에 들어서면 실제 메주를 제조하는 데 사용했던 틀을 활용해 만든 ‘발효의 소리’라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곳곳에는 벽화가 그려져 있고, 각각의 회의실에는 ‘POOL’, ‘Playground’, ‘윗밭’, ‘산책’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샘표식품의 오송 연구소인 ‘우리연구발효중심’ 1층에 전시돼있는 작품 ‘발효의 소리’. 옛 공장에서 메주를 만들 때 사용하던 제국틀로 만들었다. (샘표식품 제공)
연구소를 둘러보면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남단의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구글 본사 야외풍경이 문득 떠오르기도 했다. 구글 본사는 넓은 잔디밭과 다양한 조형물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기술력이 경쟁력..확보에 올인”

매출기준 국내 14위 제약업체 신풍제약(019170)은 자체 기술력 확보에 집중하며 창조경제를 실천하고 있다. 대부분 업체들이 비용 문제 등을 들어 꺼리는 것과 달리 자체원료합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서다. 이 회사는 업계에서 투자에 인색하지 않은 기업으로도 알려져 있다.

김창균 신풍제약 대표는 “수익성만 쫓다 보면 (투자를) 절대로 할 수 없다”며 “자체 원료합성에 따른 R&D 능력을 인정받아 프랑스 최대 바이오의약품 업체 LFB사가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까지..첨단 바이오 단지 육성

지난해 말 기준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전국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산업단지는 51개다. 이 산업단지에서만 수출 4301억달러, 생산 규모만도 1037조원에 달한다. 산단공이 국가 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중 오송생명과학단지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아직은 크지 않다. 입주가 예정된 60여 개 기업 중 26개사가 가동 중에 있다. 지난해 기준 매출 누계는 4630억원, 수출 규모는 1100만달러다.

산단공은 “오는 2016년까지 제2생명과학단지를 조성해 의료사업 필수 기간시설을 확보하고 혁신 신약 및 첨단의료기기 개발을 중점적으로 육성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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