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대양에서의 항해를 책임지고 있는 배의 선장은 조류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야 한다. 만약 선장이 항로를 결정할 때 조류흐름을 분석한 그래프만 열심히 들여다볼 뿐 일기예보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바로 그와 유사한 일이 반도체 산업의 전망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고 CNN머니가 8일 지적했다.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갖가지 전망들이 수급동향(조류)에만 집착해 산업전체의 펀더멘탈 변화(일기예보)를 도외시하고 있다는 것.
그간 반도체산업은 "충분히 예측가능한" 확장과 수축 사이클을 반복해왔다. 수요가 증가해 공급이 딸리면 가격이 오르면서 반도체 경기가 좋아졌고 공급과잉으로 생산업체간 가격경쟁이 심화되면 경기가 악화되는 양상이 되풀이됐다.
이 경우 반도체산업의 경기 순환을 가져온 결정적인 요인은 늘어난 수요에 맞춰 생산업체들이 공급을 늘리는 데 필요한 비용과 시간. 올해부터 반도체 경기가 반등하리란 각 기관의 전망 역시 이 같은 수급동향을 토대로 이뤄져 있다.
이에 대해 반도체산업 조사전문업체 IC인사이츠의 빌 맥클랜 사장은 반도체 산업의 근본토대가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도외시하고 벼락경기와 불경기가 교대로 나타나는 이른바 "boom and bust" 사이클이 반복될 것이란 예상에 기반한 전망은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맥클랜 사장을 비롯한 일부 반도체 분석가들은 지난해 전자제품 매출이 사상처음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산업환경 전반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boom and bust" 사이클"의 반복재생에 회의적인 견해를 표시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40여년간 연평균 17%의 고속성장을 지속해온 반도체산업의 성장률이 장기적으론 9~11% 선에서 하향안정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아직 이런 전망을 수용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맥클랜 사장은"반도체 업계는 역사의 교훈으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고 있다"면서 "기업 경영자는 살아남기 위해 확장책을 쓸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과잉투자가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결국 업계가 동반 침체로 빠져드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정보기술(IT)전문 리서치업체 피셔 홀스타인의 분석가인 데니 램도 "반도체산업의 장기 성장률이 하락세를 나타낼 것이란 예상을 지지하는 증거들이 점증하고 있으나 초고속성장에 길들여진 업계에선 이 같은"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