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씨는 “나이 때문인지 환경 탓인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난다”며 “병원 검사를 받아도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하니 답답하다”고 말했다.
◇날로 서구화되는 한국인 식습관, 소장암에 취약해
음식물을 소화하고 흡수하는 소장은 십이지장, 공장, 회장에 이르는 길고 구불구불한 기관으로 펼쳤을 때 길이가 평균 6m에 달한다. 입, 항문과 멀리 떨어져 있어 일반 내시경으로는 접근하기가 무척 어렵다. 문제를 찾아내기 어려운 이유다. 소장암에는 출혈, 장천공, 식욕부진을 동반한 체중감소 등이 동반된다. 하지만 증세가 나타났을 때는 이미 암이 퍼진 뒤이며, 소장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특별한 증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장질환의 원인에는 크게 가족력적과 환경적 원인을 들 수 있다. 우선 가족력에 소장 관련 질환이 있다면, 소장 질환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가족 중 용종증, 크론병, 셀리악병, 포이츠-에거스증후군, 유전성 비용종성 대장암, 신경섬유종증, 리프라우메니 증후군 등이 나타난 바 있다면 소장 질환에 대비해야 한다.
문제는 날로 서구권과 유사한 지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한국인의 생활습관 변화다. 지난 12일 대한비만학회가 발표한 ‘숫자로 보는 우리나라 비만’에 따르면 성인 국민 2명 중 1명은 비만 또는 과체중이고, 5명 중 1명은 복부비만이다.
박재석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화기센터장은 “한국인의 식생활이 서구권과 비슷해지면서 비만과 대사성질환 등 서구형 질환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며 “소장암은 소화기 암의 2% 내로 발생비율은 낮지만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여 예방과 검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까다로운 소장 검사, 캡슐내시경·이중풍선내시경으로 가능
소장질환은 대부분 성인이 된 이후에 발생하는데, 감각이 퇴화된 성인의 신경은 소장에 발생한 문제를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뒷목의 뻣뻣함, 등통증, 이명 등을 호소하는데 원인은 후복강으로 궤양이 침범했기 때문일 수 있다. 유암종이 발생했을 때는 신경 내 분비세포에서 세로토닌이 분비돼 얼굴과 가슴에 홍조가 생기거나 설사, 기관지 천식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장내 출혈이 시작되면 빈혈이 뒤따를 수 있다. 이처럼 막상 증세가 나타나도 일반인들이 쉽게 감지하기 어려운 뜻밖의 증세이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캡슐내시경과 이중풍선 소장내시경은 소장 질환을 발견하는 데 유용하지만 소장 질환 발생률이 일반적으로 높지 않고, 검사 결과를 진단하기가 까다로워 일반 병원에서는 검사 장비 자체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검사 기법이 고난이도에 속하는 이중풍선 소장내시경은 일부 대학병원이나 대형병원에서만 가능하다.
박재석 센터장은 “소장 질환은 위험성에 비해 사전 검사나 예방법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며 “식습관을 개선하고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소장 질환 발생을 염두에 둔 사전 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