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산실' 경기고가 몰락한다

한국CXO연구소 국내 1000대기업 CEO 출신고 조사
  • 등록 2012-10-17 오후 2:39:58

    수정 2012-10-17 오후 3:06:36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1974년 시작된 고교평준화 제도 이후 ‘최고경영자(CEO)의 산실’ 이었던 경기고의 위상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17일 기업분석업체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고교평준화 세대에 해당하는 1958년 이후 태어난 국내 1000대기업(매출액 기준) CEO 258명 가운데 경기고 출신은 4명에 불과했다.

최다 CEO 배출 고교 10걸에도 들지 못했다. 경복고(14명·5.4%), 경신고·배재고·서울고(7명·2.7%), 경성고·용산고(6명·2.3%), 신일고·여의도고·현대고·혜광고(5명, 1.9%) 등에 밀렸다.

전체 조사에서는 경기고가 단연 1위였다. 국내 1000대기업 CEO 964명 가운데 70명(7.3%)이 경기고 출신이었다. 대기업일수록 그 비중은 더 높았다. 매출액 1조원 이상 대기업 CEO 234명 가운데 경기고 출신은 27명(11.5%)이었다. 재계 전체에는 아직 ‘경기고 파워’가 막강하다.

이처럼 시대가 지날수록 경기고 출신 CEO가 줄어드는 것은 고교간 학력차를 줄이기 위해 1974년부터 시행된 평준화 제도 때문이다. 1958년생부터 영향을 받았다. 이때를 기점으로 경기고를 비롯한 전통 명문고가 경영전면에서 밀려나는 모습이다. 1000대기업 전체 조사에서는 각각 4, 5위에 올랐던 경북고와 중앙고가 1958년 이후 태생 CEO 출신고 조사에서는 10위권에도 들지 못했다.

대신 경성고, 여의도고, 현대고, 혜광고 등 신흥 명문고가 대거 약진했다. 이들 네 학교는 전체 CEO 출신고 조사에서는 3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경성고를 졸업한 서경배(49) 아모레퍼시픽(090430) 사장과 김남구(49) 한국투자금융지주 부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최창원(48) SK케미칼(006120) 부회장은 여의도고를 나왔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앞으로 5년 정도 지나면 평준화 세대가 재계 주도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때는 전통의 명문고의 위상이 더 추락하는 것은 물론 외국어고 등 특수 목적고 출신이 대거 약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1000대 상장 기업 중 1958년생 이후 최고경영자(CEO) 상위 출신고 10곳. 한국CXO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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