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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전날 치러진 이란 보궐선거 개표가 잠정 완료된 가운데, 온건개혁파 후보인 페제시키안이 득표율 42.5%로 1위를 차지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측근이자 강경파 후보인 사이드 잘릴리(59)는 38.6%로 2위에 올랐다. 두 후보 모두 과반 이상 득표하지 못해 오는 5일 결선 투표에서 최종 승부를 가릴 예정이다. 두 후보 모두 이번이 세 번째 대선 출마이며, 이란 대선에서 결선 투표가 치러지는 건 2005년 이후 19년 만이다.
페제시키안은 2015년 미국의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파기 이후 잘못된 대응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2018년부터 부과된 서방의 제재를 완화해 침체에 빠진 경제를 되살리겠다고 공약했다. 현재 이란에선 적지 않은 국민들이 정부가 미국 등 서방에 대한 강경 일변도 외교 정책을 펼쳐 인플레이션 등 경제난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하메네이의 측근인 잘릴리가 집권하면 더욱 적대적인 대외 정책으로 민생고가 악화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정통 외교관 출신인 잘릴리는 2007년과 2013년 핵협상 대표로 참여한 바 있다.
기존 지도자들의 적폐와 부패를 척결하고 히잡 착용 여부에 대한 단속을 합리화하는 등 사회적 제한과 억압을 완화하겠다는 약속도 표심을 끌어모으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란에선 2022년 반정부 시위인 ‘히잡 시위’ 이후 최고지도자와 정부에 대한 불만이 누적된 상태였다. 당시 시위는 ‘하메네이의 꼭두각시’로 불렸던 라이시 전 정권에 의해 강제 진압됐다. 표면적으로는 불만 여론을 잠재운 것처럼 보였으나 수면 아래에선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 대한 개혁 요구가 확산했다. 잘릴리가 당선되면 억압이 더욱 엄격해질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 쌓여 있던 불만을 표출했다는 분석이다.
페제시키안이 결선 투표에서 승리할 경우 로하니 전 대통령 이후 3년 만에 온건개혁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FT는 “중요한 외교 및 국내 정책은 최고지도자가 결정하기 때문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나 중동 전역의 친이란 민병대 지원 등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대통령 역시 대내외 활동 모두에서 정책 기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