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아수라장인데…뒷짐지고 느긋하게 이동한 용산서장

차량 이동 고집…50분 늦게 현장 도착
  • 등록 2022-11-06 오후 9:25:23

    수정 2022-11-06 오후 9:25:23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이태원 참사’ 현장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이 사고 당일 차량 이동을 고집한 탓에 사고 발생 50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가운데 이 전 서장이 현장을 향해 뒷짐을 지고 걸어가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이 공개됐다.

(사진=SBS 캡쳐)
경찰청 특별감찰팀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이 참사 당일인 지난달 29일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1시 5분으로 확인됐다.

이 전 서장은 용산경찰서 인근 설렁탕집에서 식사 후 9시47분께 관용차량을 타고 이태원으로 출발했다. 이때 술은 마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전 서장은 오후 10시55분에서 11시1분 사이 인근 엔틱가구거리에서 차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했다.

이 전 서장이 현장에 늦게 도착한 것은 식사 후 차량으로 이동하는 데 상당 시간을 소요한 탓으로 파악됐다. 당시 이태원 일대의 극심한 차량 정체가 됐음에도 이 전 서장은 도보 대신 경리단길이나 하얏트호텔 등의 우회로를 이용해 관용차로 이태원파출소에 집입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오후 10시께 녹사평역에 도착했음에도 이 전 서장은 1시간 가까운 시간을 차 안에서 보낸 것이다.

6일 SBS가 공개한 CCTV에는 인파들 사이로 뒷짐을 지고 걸어가는 이 전 서장의 모습이 담겼다. 그의 옆에는 형광색 경찰 조끼를 입은 수행원이 바짝 붙어있는 모습이다.

이태원 앤틱가구거리에서 이 전 서장이 포착된 시간은 벌써 참사 발생 이후 40분을 넘긴 시점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져 심폐소생술을 받을 때였다.

그럼에도 이 전 서장은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듯 느긋한 모습이다.

결국 오후 11시 5분경에서야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한 이 전 서장은 이후 3층 옥상으로 올라가 현장을 보며 사고 대응 지시를 내렸다.

퇴근길 이태원역 추모 공간 찾은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이 전 서장은 감찰 조사에서 관용차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큰 문제가 없다는 보고를 받아 사안의 심각성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서장의 이런 상황 인식 때문에 경찰 지휘부 보고가 줄줄이 늦어진 게 참사 피해가 커진 원인 중 하나로 경찰은 보고 있다.

더불어 특별감찰팀은 이 전 서장이 당일 행적을 허위 보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참사 당일 상황이 담긴 용산경찰서 상황보고서에는 이 전 서장이 사고 발생 5분 뒤인 오후 10시 20분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고 적혀있다.

경찰은 지난 2일 이 전 서장을 대기발령조치하고, 특별수사본부에 수사 의뢰했다.

이에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이 전 서장의 허위공문서 작성과 직무유기,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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