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출마냐, 합당이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선택에 따라 야권의 경선 판도뿐 아니라 그의 정치 생명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치권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힘과의 합당과 관련, “이번 주 동안 숙고의 시간을 가지려 한다”며 “결심이 서는 대로 국민과 당원동지들께 말씀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최근 안 대표의 행보는 무산 쪽으로 기운 듯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거듭된 압박에 감정의 골만 깊어진 형국이다. 급기야 국민의당에서 안 대표의 독자출마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합당 무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1일 유튜브 `노영희의 뉴스 인사이다` 방송에서 “(합당 논의를 하면서)국민의힘의 오만함이 그대로 발현됐다”며 “안 대표의 출마 여부와 상관없이 합당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제3지대 플랫폼을 여는 그런 부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헌 개정 작업이 진행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독자출마 시 지난 서울시장 보궐 선거와 같은 야권 단일화의 시나리오 가능성이 제기된다. 안 대표는 올초 재보선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며 범야권의 유력한 주자로 꼽혔다. 당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유일하게 승리할 수 있는 후보로 꼽혔다. 이런 상황 덕분에 안 대표는 국민의힘과 대등한 위치에서 협상을 해왔다.
현재는 상황이 바뀌었다.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에서 `뒷전`으로 밀린 데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다른 유력주자들에게 관심이 쏠려 있다. 독자 출마 후 야권 단일화 협상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
합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양당 체제가 공고한 상황에서 `제3지대` 무용론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 대선도 결국 1 대 1 구도로 흘러간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합당 선언은 정치권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자신의 약속을 지킨 셈이기 때문이다.
합당 후엔 내부 경선이란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힘 경선준비위원회는 1·2차 컷오프 방식을 택했다. 1차에서는 국민 여론조사 100% 반영, 2차에서는 선거인단과 여론조사를 각 50%씩 반영한다. 안 대표가 2차 컷오프까지 통과한다면 돌풍을 일으킬 잠재력은 충분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경선을 통과한 뒤 바람을 일으킨 전례도 있다.
하지만 당내 윤석열·최재형·홍준표·유승민·원희룡 등 쟁쟁한 후보들과의 치열한 경쟁을 감수해야 한다.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안 대표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지다.
야권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대세론을 형성한 상황에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안 대표의 거취에 따라 야권 지형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