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TE 제재' 지렛대로..무역갈등 접점 찾아가는 美中

WSJ "美, ZTE 제제 완화..中, 농산물 고율관세 철폐"
  • 등록 2018-05-15 오전 8:59:26

    수정 2018-05-15 오전 8:59:26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미국·중국 주요 2개국(G2) 간 제2차 무역협상을 하루 앞두고 양국이 협상 타결의 돌파구를 마련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이 세계 4위의 통신장비업체인 중국의 ZTE(중싱통신)에 대해 제재를 완화하는 대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고율의 수입 관세를 철폐할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양국 간 무역협상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이 같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달 16일 미국의 대북·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ZTE에 대해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못 하도록 제재한 바 있다. 미·중 무역갈등의 첫 희생양이 되며 궁지에 몰린 ZTE는 모바일 사업부 매각까지 고려하며 절치부심했다. 반전의 계기는 전날(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그는 “ZTE가 다시 신속하게 다시 사업할 수 있도록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협력하고 있다”며 상무부에 검토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의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이 ZTE 문제에 긍정적인 견해를 보인 데 대해 높이 평가한다. 세부사항 실천을 위해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화답하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대신 중국은 지난 4월초 발표했던 돼지고기 등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고율의 관세를 철폐할 공산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이 수입품에 대한 검사 강화와 같은 우회적인 미국 농산품 수입 규제를 완화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겐 희소식이다. 미국의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조준한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인 ‘미국산 농산물’을 중국이 건드리지 않기로 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지난 3~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차 무역 담판에서 별 소득 없이 헤어진 류허 부총리의 중국 경제대표단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의 미국 경제대표단이 내일부터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제2차 무역 담판에선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 WSJ은 ZTE에 대한 제재가 유예되면 미 반도체기업인 퀄컴의 네덜란드 반도체업체 NXP 인수 등 미국 기업의 글로벌 인수 합병 문제도 접점을 찾을 수 있다고 썼다. 그간 중국은 미국 기업의 인수합병(M&A) 시도 때마다 심사를 보류했었다. 특히 퀄컴의 경우 미국·러시아·유럽·한국 등 8개 주요 국가로부터 합병승인을 받았으나, 유일하게 중국의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워싱턴 조야에선 국가안보를 이유로 단행한 제재를 ‘언제 그랬냐’는 듯 완화한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미 야당인 민주당의 애덤 시프 의원은 “우리 정보기관은 ZTE의 기술과 휴대전화가 중대한 사이버 안보 위협이라고 경고했다”며 “중국의 일자리보다 우리 국가 안보를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날 트위터에 “ZTE의 문제는 일자리와 무역이 아닌 국가안보와 간첩 행위”라며 “더 엄격한 제한 없이 미국에서 ZTE를 운영하도록 허락하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중국의 대형 기업인 ZTE는 미국의 기업들로부터 큰 비율의 개별 부품을 구매하고 있다. 이것 역시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반영된다”며 양국 간 무역협상 타결을 위해 ZTE 제제 건을 카드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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