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엔 선수금마저 매년 나누어 내거나 첫 1년 동안 내야 할 비용을 대폭 줄이는 등 초기 구매 부담을 줄인 변칙적인 금융 프로그램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초기 구매부담을 줄이는 건 좋지만, 소비자가 숙지해야 할 게 몇 가지 있다. 주의하지 않으면 차가 애물단지가 되는 ‘카 푸어(car poor)’ 신세를 면할 수 없다.
첫째, 리스도 금융권 대출이다. 한 달이라도 연체하면 본인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친다. 연체가 길어지면 리스·할부 회사는 차를 공매한다.
언뜻 보면 당연한 얘기다. 하지만 차를 산다는 기쁨에 본인이 대출받았다는 사실을 잊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자산의 일종인 집을 대출받아 사는 것과 매년 가치가 하락하는 차를 대출받아 사는 것은 천양지차다.
통상적인 리스를 기준으로 했을 때 3년 후 신차 가격의 65%를 내야 차량을 완전히 소유할 수 있다. 하지만 수입차의 경우 3년이 지나면 중고차 값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게 보통이다. 3년만 리스로 차를 탄뒤 만기시 처분할 경우 신차 가격의 15% 이상을 내야 계산이 끝나게 된다는 얘기다. 신차 구매가격이 5000만원이었다면 약 750만원을 일시 납부해야 한다. 게다가 타던 차도 없어진다. 이 때문에 차가 계속 필요한 사람은 재리스를 이용하는 게 보통이다. 그런데 재리스할 때 낮아진 차량 가치만큼 이율 부담도 커진다. 통상 연리 14% 전후다.
셋째, 리스·할부구매 조건이 특별히 좋은 차에는 이유가 있다. 회사는 연식이 지났거나 비인기 차종에 24~36개월 무이자 할부나 1~3%대 저금리 리스·할부 프로모션을 내건다. 재고를 없애기 위해서다.
새 차를 구매하고 싶은 욕심에 나중의 부담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아침에 밤 하나 더 준다고 저녁에 받을 밤이 줄어드는 걸 잊어버리는 ‘조삼모사’의 속담 속 원숭이 신세가 될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리스(lease) 프로그램=일정 기간 보증금을 내고 차를 타는 금융 프로그램. 통상 신차 구매 가격의 30%를 선수금으로 내고 3년간 차량 가격 5%에 해당하는 비용과 이자를 매달 나누어 내게 된다. 만기인 3년 후에는 나머지 65%에 해당하는 비용을 완납하거나 재리스해 차량을 계속 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