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엘피다, 고객사에까지 손벌려..합병설도 돌아

주요 고객사에 5억달러 지원요청
D램가격 하락·실적부진..궁지 몰려
  • 등록 2012-01-05 오후 3:48:48

    수정 2012-01-05 오후 3:48:48

[이데일리 임일곤 기자] 심각한 자금난에 처한 일본 엘피다가 결국 고객사들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나섰다. 한때 삼성전자(005930) 하이닉스(000660)와 함께 전세계 메모리반도체 3강 체제를 형성했던 엘피다가 이제는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기업으로 전락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요미우리 신문은 엘피다가 미국과 대만, 중국의 주요 고객사 약 10곳에 5억달러의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엘피다는 경쟁사인 도시바에게도 자금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엔고 및 D램 반도체 제품 가격 하락으로 적자가 누적된데다 거래처에 자금 상환 시기가 다가오는 등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엘피다는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실적이 악화돼 경영난에 빠지자 일본 정부로부터 300억엔 공적자금을 출자받았다. 이 외에도 은행 등 여기저기로부터 총 1100억엔을 끌어모았다.

문제는 엘피다가 올해 안으로 이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 이달까지 300억엔, 오는 3월에는 150억엔의 회사채를 갚아야 하고, 4월까지 금융기관에서 차입한 약 770억엔 부채를 상환해야 한다.

앞서 사카모토 유키오 엘피다 사장은 작년 10월 상반기 결산 발표에서 회사 자금난을 해결하기 위해 고객사들에게 손을 벌릴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사카모토 사장은 "여러 거래처로부터 자금을 공급받을 계획"이라며 PC업체 등 고객사에게 선금 형식으로 자금을 지원 받겠다고 밝혔다.

이후 엘피다는 자금난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면서 다른 업체와 합병될 것이란 루머에 휩쌓이게 된다. 지난 3일 대만 언론인 디지타임스는 일본 정부가 엘피다와 도시바의 합병을 독려하면서 양사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별개로 엘피다가 대만 난야 테크놀로지와 합병을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전해지기도 했다.

엘피다를 둘러싼 루머가 연이어 터져 나온 것은 그만큼 회사가 심각한 자금난에 처하자 일본 정부 및 은행단이 팔을 걷고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엘피다가 이같은 신세로 전락한 주요 배경은 우선 D램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수익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D램 가격(DDR3 1기가바이트)은 0.69달러로 작년 3월 1.2달러에 비해 절반으로 떨어졌다. D램 가격은 지난 9월말에 상승세를 보이는 듯 했으나 태국에서 발생한 대홍수 여파로 다시 고꾸라지고 있다.

이 때문에 엘피다의 지난해 영업적자는 490억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주력인 PC용 D램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매출은 전년에 절반에도 못미친 1600억엔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기 후퇴가 지속되면서 PC나 TV 같은 전자제품 수요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어 수익 고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적자에서 벗어날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에 다른 금융기관에서 돈을 끌어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적자 누적으로 신규 투자는 고사하고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슈퍼 엔고와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전력난, 높은 임금 등도 엘피다를 더욱 궁지에 몰리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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