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좋은 정부의 조건

  • 등록 2007-09-27 오후 7:18:09

    수정 2007-09-27 오후 9:13:56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미분양된 아파트를 사겠다는 대책을 내놓기에 이르렀는데요. 그렇다면 정부 말대로 부동산 투기는 정말 끝난 것일까요? 경제부 하수정 기자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추석때 오랫만에 모인 가족들과 어떤 얘기 나누셨나요? 대통령 선거, 신정아 파문.. 요즘 얘기할 거리들 참 많습니다. 

저희 식구들에게는 부동산이 최고 이슈였습니다. 아직도 부동산 타령이냐구요? 그럴 이유가 있습니다. 동네 집 값이 1년새 두 배나 올랐거든요. 수익률로 치면 100%입니다. 얼마전 서울시가 용산구와 함께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서부이촌동 말입니다.

한 집안에서도 명암이 엇갈립니다. 지난해 서부이촌동 아파트 60㎡(18평)짜리를 2억원에 매입한 친척 네는 1년동안 2억원이 넘는 자산을 불렸습니다. 같은 시기에 89㎡(27평)짜리를 1억5000만원에 전세 얻은 사촌 네 집은 올라가는 전셋 값 걱정만 하는 처지가 됐다고 합니다.

사실 그때 사촌에게도 기회는 있었습니다. 1년전 대출을 받고 평수를 조금 줄여서 아파트를 매입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면서 많은 전문가들에게 물어보고 다녔다고 합니다. 

기자도 궁금해하는 사촌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정부 관계자에게 자문을 구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답은 하나같았습니다. 매입하지 않는게 좋다는 의견이었지요.

"2010년까지 수도권에 164만호가 공급된다구. 공급초과야 공급초과". "주택보급률이 이미 100%를 넘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과거처럼 급등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

참여정부는 부동산 투기를 완전히 근절시키겠다며 무려 10번의 굵직굵직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공급 대책 뿐 아니라 세금이며 금융규제까지 바짝 조였습니다.

임기 말...그 결과는 어떻습니까?

강남 집 값은 소폭 떨어졌지만 그 대신 지방 주택 경기는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부도난 건설업체는 71개에 달하고 전국적으로 미분양 주택은 9만 가구에 이릅니다.

수도권에서는 군데군데 더욱 투기열풍이 조장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코레일부지의 용도변경을 허용해 용산에 초고층 빌딩과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겠다고 발표했고 용산일대 집 값은 급등했습니다.

서울지역 분양 최대어인 뚝섬과 단국대 부지에 들어서는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을 전망이어서 옥수동, 한남동 등 그 일대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습니다. 경제자유구역과 인천세계도시엑스포, 2014년 아시안게임 등 호재가 기다리고 있는 인천도 3분기 중 전국에서 최고 상승률을 나타내는 등 부동산 열기는 여전히 뜨겁기만 합니다.

게다가 내년 대선이후 정권이 바뀌면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고 `버블세븐`지역의 부동산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은 높아만가고 있습니다.

시장에 정부의 입김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시장은 왜곡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설경기를 살리겠다는 좋은 명분에도 불구하고 혈세로 지방의 미분양 주택을 사들이겠다는 정부가 칭찬은 커녕 욕을 먹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정부가 효과가 불문명한 부동산 대책에 혈세를 낭비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기관이 갖고 있는 부지의 개발 계획을 뻥뻥 터뜨린다면 시장이 온전할까요.
 
예측할 수 없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시장은 갈피를 잡지 못할 게 뻔합니다. 시장 한쪽에서는 한탕주의가 싹을 틔우겠지요. 그 사이 서민을 울리는 시장의 양극화도 극심해질 것입니다. 

집 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 말만 믿고 무리해서라도 내집을 마련하는 시기를 늦추고 있는 서민들은 어찌해야할까요? 집 값이 뛰는 만큼 살림도 늘어난다면야 걱정할 필요도 없겠지만 이러다가 당한 서민이 어디 한둘인가요? 

하루라도 정부를 믿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서민들 골탕만 먹이는 정부가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정말 좋은 정부말입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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