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항 `보안검색 1등석 먼저`..차별 논란

9.11이후 사라졌던 특별검색대 재등장
  • 등록 2005-08-03 오후 3:40:27

    수정 2005-08-03 오후 3:52:43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미국 덴버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려던 하비 코시크는 공항 보안 검색대를 지나며 자신이 `이코노미` 티켓을 구매했음을 새삼 인식했다. 유난히 짧은 줄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 그에게, 보안 요원은 `퍼스트 클래스 고객만 사용하는 줄`이라며 출입을 금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자취를 감췄던 `부자 고객용 보안 검색대` 시스템이 속속 부활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좌석 등급별로 검색대를 구분하는 것이 공항에서 눈에 보이는 차별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비는 "그 줄이 유난히 짧아 뭔가 있다고 생각은 했었다"며 5명의 여행 동료와 함께 다른 줄 끝으로 가서섰다. 뱀 꼬리처럼 길게 늘어진 그 줄은 검색대에 도달하는데 소위 `부자라인`보다 9배에 가까운 시간이 소모됐다.

그는 "보안검색을 좌석 등급별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며 "나는 공항에서 모든 사람들이 차별없는 동등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전역에 `최상위층 고객`을 위한 특별 보안 검색대가 되살아나고 있다. 그 특별한 `라인`들은 큰 돈을 지불한 여행객들이 지루한 기다림없이 곧바로 보안 검색대에 도달할 수 있게 해준다. 9.11 테러 이전엔 일반적이었지만, 이후 연방정부의 뜻에 따라 금지됐었다.

미 교통안전국(TSA)가 특수 검색대를 부활시키자, 이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여행객들은 공항 보안 검색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에, 항공기의 좌석 등급 시스템이 확대 적용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TSA 측은 정부는 단지 실질적인 심사 과정을 책임질 뿐 검색 라인들은 정부도 TSA도 아닌 항공사들이 운영한다며 반박했다.

마크 O. 해필드 쥬니어 TSA 대변인은 "검색대의 로프와 기둥 등 자산은 모두 항공사의 책임"이라며 "TSA의 영역은 고객이나 짐이 검색대를 지나간 이후부터다"라며 "그 이후에 우리는 모든 고객들을 공평하게 취급한다"고 말했다.

현재 항공사 경영진들은 공항 및 정부와의 상의를 통해 보안 검색 라인을 증설할 수 있다. 항공사들은 물론 그렇게 신설한 여분 라인들을 퍼스트-클래스 고객용으로 할당할 수 있다.

어메리칸 에어라인은 최근 100만달러를 투자해 로스앤젤레스 공항에 새로운 라인을 증설했다. US에어웨이 역시 4달전 레이건공항에 퍼스트-클래스 전용 보안 검색 라인을 신설했다.

`퍼스트-클래스 라인`은 보통 `프리미어(premier)`, `골드스타(gold star)`와 같은 고급스러운 명칭으로 구분되며, 매년 일정 거리 이상을 비행하는 항공사 클럽 멤버들에게만 허가되기도 한다.

항공사들은 "특권 계층의 고객들은 특별한 대접을 받고 으시대고 싶어한다"면서 "이에 대한 반대가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분히 할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또한 특별 라인을 만드는 것이 모든 여행객을 보다 빠르게 처리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보안 검색 과정 및 규정에 익숙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구분함으로서 전체가 좀더 신속히 처리될 수 있다는 논리.

그러나 고객들은 터무니 없는 얘기라며 일축한다. TSA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일반 승객들이 보안 검색에 소요하는 시간은 약 50분이나, 전체 라인의 평균 보안 검색 시간은 약 12분에 불과하다. 즉 퍼스트-클래스 라인은 사실상 주저없이 검색대를 통과하고 있는 셈.

11살짜리 아들과 보안 검색을 기다리던 질 호리스트는 "이것은 참으로 귀찮고 불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몇 달러 더 지불하면 좀더 짧은 보안 라인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모든 사람은 보안을 위해 세금을 지불했는데 도대체 무슨 말이냐"라고 언급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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