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춘동기자] 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4일 하반기 이후 경기 하향세가 이어지면서 내년 상반기에나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물가는 금리결정 요인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고 말해 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액권 발행문제에 대해서는 화폐 리디노미네이션과 한 묶음으로 간다고 밝혀 당분간 실행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박 총재는 4일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차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경제현안들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표명했다.
박 총재는 "당초 하반기 이후 상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던 경기가 하향세로 돌아서면서 지난 8월 금리를 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우리 경기는 내년 상반기에나 바닥을 치고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고유가도 지난 8월 금리를 내리는데 영향을 미쳤다"며 "하반기에는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유가가 지속되면 올해 5% 성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최근 재정확대와 금리인하 등으로 경기하향세를 어느 정도까지 막을 수 있을 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금융시장에서는 주가가 오르고, 예대금리가 떨어지는 등 금리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실물경제로는 파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물경제 효과는 시차가 필요하며, 내년 상반기에는 분명하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올해 성장률을 조정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박 총재는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경제는 민생과 기업이익, 대외축적 등 3가지를 같이 봐야 한다"며 "민생은 실업과 카드채, 기름값 때문에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작년과 올해 기업이익은 사상최대치를 기록했으며, 외환축적도 올해 25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가 예상되고 있다"며 "결국은 민생은 어려워지고, 국부는 축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총재는 "기업과 외환축적이 국내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국민 모두가 땀은 더 흘리고 욕구는 줄이고 더 일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10년의 경기불황을 겪는 동안 근로자들의 월급을 내리는 등 고비용저효율구조에서 저비용 고효율구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10년이 걸렸다"며 "우리 역시 10년이냐 2년이냐는 우리 하기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박 총재는 "카드채 문제는 올해 대충 마무리될 것이며, 내년부터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소비자들의 카드부채 잔고가 2002년까지 최근 3년동안 3배가 늘었다가 지금은 다시 절반으로 줄며 정상수준에 접근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