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10월11일,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 강도높은 부동산 시장안정 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 억제에 나섰다.
그 결과,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던 서울 강남의 재건축 대상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승세가 한풀 꺾이거나 오히려 가격이 하락하는 등 효과가 일부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주식시장의 반사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투자 부문의 고객예탁금이나 간접 투자 부문의 투신사 수익증권 설정액에 눈에 띄는 증가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처를 잡지 못한 250조원 이상의 부동자금이 떠다니고 있으나, 주식시장의 추세적 상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펀더멘털 상의 변화조짐이 뚜렷해지기 전까지는 이같은 상황이 이어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10일의 고객예탁금은 8조3463억원이었다. 당시, 지수 600선이 무너지자 바닥권 매수를 기대한 개인 자금이 집중적으로 투입돼 늘어난 것이 이 정도다. 한때 9조원을 넘으면서 10조원에 육박하기도 했으나 다시 빠져나갔다.
김세중 동원증권 책임연구원은 "NHN과 파라다이스 등 기대를 모으던 공모주를 중심으로 청약자금이 몰린데다 바닥권 매수를 겨냥한 발빠른 자금이 유입돼 일시적인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투신권의 수익증권 설정액도 비슷한 처지다. 주식형 수익증권 설정액의 경우 지난 10월11일 9조2453억원 규모였는데 11월7일 현재 9조7657억원 수준으로 5204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지난 10월 상장지수펀드(ETF)에 4300억원 가량이 신규 설정된 것을 감안하면 순수 증가분이 거의 없는 셈이다.
반면 단기성 투자처인 MMF는 10월11일의 46조9847억원에서 11월7일 현재 49조5632억원으로 2조5785억원 가량 늘었다.
김한준 한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에 유동성 장세가 펼쳐진다면 부동산 자금을 이끌어낼만한 메리트가 생기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펀더멘털상의 뚜렷한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부동산 담보가치 하락이 대출을 받은 개인의 운신 폭을 좁히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세중 책임연구원은 "먼저 주식시장 상승의 방향성이 잡혀야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을 기웃거릴 것"이라면서 "미국 이라크 전쟁 및 우리 시장의 펀터멘털 개선 등의 불확실성이 가닥을 잡기 전까지는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