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SGA(049470)(Security Global Alliance) 본사에서 은유진 대표이사(39, 사진)를 만났다. SGA는 2008년 산업용 컴퓨터회사 어드밴텍테크놀로지스가 정보보호회사 스캐니글로벌과 합병해 만든 종합소프트웨어 회사. 최근 통합보안을 지향한다는 의미로 SG어드밴텍에서 이름을 바꿨다.
은 사장은 1996년 국가정보원, 산업자원부 등이 주축이 돼 창립된 정보보호진흥원 연구원 출신. 카이스트나 포항공대가 이른바 `해킹 전쟁`을 벌이고, 청와대나 국가 기관을 해킹해도 귀엽게 봐주거나 타이르던 시절 보안 개념에 눈을 떴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던 대학시절 담임 교수의 추천으로 대학원에서 보안을 전공했던 게 정보 보안에 관심을 가진 계기였다. 요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공인 인증서의 첫 체계를 잡는 작업에도 동참한 `보안 1세대`다.
SGA는 작년 4개사를 인수했고, 올해도 3개사를 합병해 글로벌 통압 보안업체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2008년부터 바이러스 백신을 담당하는 에스지알아이, 종합분석시스템을 가진 센트리솔루션, 서버보안을 맡은 레드게이트, 문서보안 분야의 비씨큐어 등을 차례로 인수했다.
각 전문분야에서 `한 칼`씩 하는 보안업체들이 순조롭게 힘을 뭉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각 사의 핵심 인물들이 은 대표가 정보보호진흥원 근무할 당시 동료들이었다는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다.
매출 규모나 이름값으로 보안업계 국내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안철수연구소를 어렵잖게 뛰어넘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는 "글로벌 보안회사인 시만텍(Symantec)은 전체 IT 기업을 통틀어 6위 수준 규모"라며 "이를 보더라도 정보 사회에서 보안산업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전망했다. 특히 "과거에는 없던 최고정보책임자(CIO), 최고보안책임자(CSO) 등이 기업이나 기관 등에 생겨나는 추세를 보면 통합보안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M&A로 기반을 닦은 기업답게 성장에는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은 대표는 "한컴(한글과컴퓨터)이 매물로 나오면 사고싶다"는 야심찬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이미 인수 자금을 모으기 위해 재무적 투자자 등과 접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컴이 셀런에 인수된 후 겪은 일련의 사태를 언급하며 "한때 국내 소프트웨어 대표기업이었던 한컴이 지금처럼 망가진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라고 아쉬워했다.
사업 외적인 비전도 야심찼다. 기업경영에 멈추지 않고 나아가 보안산업 전체를 뒷받침할 학교를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은 대표는 "갈수록 보안 개념이 중시되면 이를 효율적으로 전파할 수 있는 기관이나 인력수급을 뒷받침할 학교가 필요할 것"이라며 "정보보안대학교를 만들고 싶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이 같은 계획이 먼 미래라고 보지 않았다. 이르면 올해 안에 학교법인 설립 인가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공격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실적도 지켜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 대표는 "작년까지의 M&A로 다채로운 매출 구조에 기반한 성장동력을 확보하게 됐다"며 "작년 3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지만 인수 기업의 실적이 반영되는 올해는 700억원 가량의 목표를 어렵잖게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은유진 SGA 대표이사 약력
1995. 2월. 아주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학사
1996. 12월.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입사
1997. 2월. 아주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석사(정보보호 전공)
2000. 3월. ㈜시큐브 법인설립, 부사장 역임
2002. 2월. 아주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박사 수료(정보보호 전공)
2004. 2월. 스캐니글로벌㈜ 대표이사 취임
2008. 11월. SGA㈜ 대표이사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