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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환율을 지켜본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표현이다.
당국이 구두개입 뿐만 아니라 외환보유액을 동원해 실개입에까지 나선 것으로 파악됐지만 환율은 눌리는 듯 하면서도 다시 튀어올라 1040원대에서 마감했다. 결국 돈은 돈대로 쓰고 매도개입 효과는 누리지 못한 것이다.
시장의 달러 수요는 탄탄했고 당국의 개입을 달러 매수 타이밍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맷집이 세진 시장의 관심은 오히려 '패를 노출한 당국이 앞으로 물가잡기용 환율 정책을 어떻게 끌어나갈 것인지'에 집중되고 있다.
◇ 눌러도 튀어올라 1040원대
27일 장마감 30분을 남겨놓고 환율은 드라마틱한 움직임을 보였다. 1040원대 후반에서 거래되던 환율이 당국의 실개입으로 추정되는 물량에 1040원대 초반까지 미끄러졌다가 다시 회복했다. 이어진 구두개입 이후 환율은 1040원 밑으로 밀려났으나 이내 반등, 결국 전일보다 4.9원 오른 1041.5원으로 마감한 것.
이날 당국이 외환시장에 쏟아부은 달러는 최대 1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같은 물량공세에도 불구하고 환율을 끌어 내리는데에는 실패한 것이다.
지난 24일에도 당국은 구두개입과 함께 약 10억달러 가량의 달러매도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1020원대 중반까지 밀렸다가 1030원대를 회복해 마감했다.
KB선물 이탁구 애널리스트는 "예전에는 당국이 개입에 나서면 눌려 있었지만 최근에는 개입하면 조금 밀렸다가 다시 오른다는 것이 형식화된 듯 하다"며 "개입이 (당국의 의도와는 달리) 심리적인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 "당국의 달러공급 고마워"..외인 탈출 가속화
당국이 싼 값에 원화를 달러로 환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어 외국인 주식투자자들의 한국 탈출 욕구를 더 자극하고 있다는 것. 외국인들은 이달들어 거래소에서만 4조원 넘게 순매도했고 이에 따른 역송금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달러 매도개입으로 외환보유액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기에는 탈출 이유가 될 수 있다. 최근 역외가 강력한 달러 매수주체로 떠오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한 외환딜러는 "환율은 물량의 싸움이 아니라 신뢰의 싸움이기 때문에 신뢰성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다"며 "어떻게 보면 외환보유액을 관리하는게 환율을 인위적으로 끌어 내리는 것보다 외국인들에게는 더 의미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은 외평채 상환과 달러 매도개입 영향으로 두달 연속 감소세를 보여 지난달말 2582억달러를 기록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달러매도 외환시장 개입이 국가 신용등급 전망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 거스를 수 없는 롱 심리
이에 따라 당국이 더이상 달러 매도개입에 나서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글로벌 신용위기와 이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머징 마켓 탈출 기조를 거스르기 어려운데다 이미 시장에는 달러보유 심리가 강하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상수지는 계속 적자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경상적자 규모는 3억8000만달러 적자로 전달 15억8000만달러에 비해 줄었지만 6개월 연속 적자기조를 유지, 1997년말 이후 최장기간의 적자행진을 기록했다.
KB선물 이탁구 애널리스트는 "실수요도 있지만 시장의 심리가 롱(달러 매수우위)으로 돌아선 것 같다"며 "'당국이 팔때 사자'는 인식이 형성돼 '개입은 바겐세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