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의 체감지표는 이보다 심각한 양상이다. 신용경색과 세계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주가가 방향성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또한 투자자사이에서는 그동안 견조한 경제펀더멘털이 해외증시와의 차별화를 이끌었는데 경기가 뚜렷한 둔화세를 보일 경우 차별화 된만큼 주가가 하락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거품이 급속히 걷히면서 가계를 중심으로 신용경색이 나타나 그간의 내수 중심 성장 기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개인들은 지난 2분기중 금융권으로부터 25조5000억원을 빌려 부동산 투자 또는 금융기관 예치하는 방식으로 24조1000억원을 운용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경제지표 둔화가 가시권 안으로 들어오고 있으며 이것이 어떻게든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았다.미국경제지표의 악화우려가 국내증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지표마저 둔화되고있어 국내증시가 이중부담을 안을 수도 있다는 걱이다. 특히 가계대출 급증에 따른 신용경색과 자산가치 하락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우리의 경우 지난 90년대 심각한 버블붕괴를 경험한 일본과는 사정이 다르며 서울 강남 지역을 제외할 경우 주택가격이 그다지 많이 오른 것도 아니다"라는 시각을 나타냈다.
다른 전문가는 "지금 우려되는 신용경색은 전반적인 것이 아니라 부익부 빈익빈 현상 심화에 따른 하단에 국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제지표가 둔화되고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수렴해낼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각 경제주체들이 증시에 어떤 기대감을 주고 그것을 실천해내는지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멘트다.(가나다순)
◇김영익 대신경제연구소 투자전략실장
산업활동 지표 등이 둔화된 것은 사실이지만 완전히 꺾였다고 보는데는 이른 감이 있다. 다만 경기확장 국면은 둔화되었다고 볼 수 있겠다. 유가상승과 국제경기 악화 같은 요인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발생시키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수출증가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속도다.
내년초에는 여건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미국 등의 금리인하 추세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신용경색 문제는 아직까지는 여유가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가 90년대의 일본만큼의 자산가치 폭락을 겪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지난 86년 이후의 전국주택가격지수 추이를 보면 오히려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주택가격이 물가상승률을 보전하지 못한 셈이다.
따라서 집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신용경색으로 곧바로 연결될 것 같지는 않다. 아무리 떨어져도 30~40%인데, 은행권에서 잡는 담보가치가 60~70% 아닌가. 서울 강남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상승폭이 크지 않다.
◇임송학 교보증권 투자전략팀장
경제지표 악화로 인한 내수 둔화가 예상된다. 수출 증가율이 높다고는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현황을 보면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최근의 수출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이 낮았다는 점을 감안해 보아야 한다. 착시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내년 상반기가 걱정된다. 만기가 돌아오는 CBO를 비롯해 기업신용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IT경기는 올 4분기에도 계절적 수요를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여 부담이 된다. 이런 상황을 보면 시장이 활력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같은 예상이 일부는 미리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
부동산 시장에 유입된 가계대출 부분이 너무 많다. 이런 우려 때문에 최근 들어 은행주와 카드주가 하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이같은 흐름을 정상적인 소비양태로 보고, 우리 경제가 달라졌다고 보는 시각이 있었는데 이는 틀렸다는 것이 입증되는 셈이다. 결국 우리 경제가 조정과정을 겪어야 할 것이다.
향후 미국 시장이라는 외부요인과 이같은 국내요인이 함께 작용을 한다면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
신용경색이 우려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본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면서 그 하단에 있는 주체들이 점차 어려움에 봉착하는 형국이다. 대기업이야 돈이 넘치지만 일부 기업은 고금리를 약속해도 돈을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그래서 뜬금없는 부도가 자주 발생하는 것이다.
개인도 그렇다. 철저하게 부의 불균형에 따른 신용경색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의 신용정보 공유에 따라 "돌려막기"가 어려워지면 더욱 그럴 것이다.
경제지표가 좋지 않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기대감의 게임이다. 모멘텀에 반응한다. 기대치가 좋지 않으면 미리 반영되고 결과가 그렇게 나오면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 예상을 했기 때문이다. 만약 실적이 그보다 좋게 나오면 오른다.
문제는 이같은 부정적인 전망들을 어떻게 흡수해서 연착륙시키느냐 하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버블붕괴에 따른 부작용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나친 낙관론을 펴는 것은 안이한 접근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