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삼성, KT 장내매입 검토..LG, 파워콤 인수 "맞불"

  • 등록 2002-05-20 오후 4:29:56

    수정 2002-05-20 오후 4:29:56

[edaily 문주용·조용만기자] SK텔레콤(17670)KT(30200)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20일, 삼성과 LG 등 라이벌 그룹들은 이해득실을 따지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 청약에 실패한 삼성은 장내에서 KT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SK 견제에 나설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으며 LG는 통신사업과 관련, 유선망 확보 대책이 현안으로 부상했다. 삼성은 이에 대해 "검토할 수 있지만 당장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해 여지를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지만 이날 삼성투신이 펀드를 통해 KT 주식 20만주 매입,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재계 일각에선 SK가 1조6000억원이나 소요되는 KT 지분매입에 또다른 "숨은 뜻"이 없는지 진위파악에도 분주한 모습이다. ◇삼성, "SK 견제할 의사있다" 삼성은 앞으로 KT지분을 매입할 여지가 있다면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삼성 구조본 관계자는 "검토해 볼 사안이지만 당장 한다, 안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만큼 여지를 두고 싶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삼성은 이번 참여의도가 투자 목적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투자가 목적이었던 만큼 KT 주식및 증시 흐름을 보고 투자상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매입할 수 있다는 뜻이라는 것. 또 당초 경영권 황금분할이라는 정부 취지에 따르기로 했던 의도도 있었던 만큼 SKT가 KT지분을 대부분 가져갈 경우 황금분할이 깨지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판단, 매입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이 관계자는 "지분참여할 경우 SK에 대한 견제차원으로 봐도 되느냐"는 물음에 대해선 "그렇게 봐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말해 SK에 대한 견제를 구상중임을 시사했다. ◇삼성투신, KT주식 편입 뜻은 한편 삼성투신이 펀드를 통해 손해를 보면서 KT주식을 매입한 것이 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증을 낳고 있다. 삼성투신은 지난 17.18일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서 지난 주 KT 30만주를 주당 5만5000원에 매각, 펀드내 KT 주식 비중을 줄였다. 하지만 공모에서 물량확보에 실패하는 바람에 그동안 줄여놨던 펀드에서 이를 다시 편입시켜야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삼성투신쪽은 설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일 KT 20만주 가량을 매입, 펀드에 편입시켰고 앞으로 상황을 봐가면서 10만주를 더 편입시킬 예정이다. 삼성투신 관계자는 "이번 되사기는 그룹차원은 아니고 비워놨던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의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룹내 KT 청약을 주도했던 삼성생명의 입장을 들어보면 삼성투신의 매입이 SK에 대한 견제로 해석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투신과 달리 기존에 KT 주식을 판 것도 없고 재매입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현재까진 보이고 있기 때문. 삼성생명 고위관계자는 "투신의 경우 고객 돈을 받아 그때그때 펀드로 운용하고 자금상환요구에 대비해 자산을 맞춰둬야 하지만 생명은 단기간에 사고 팔고, 자금을 맞춰놓고 하는 게 아니다"며 "장기로 운용하기 때문에 새로 물량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기존 물량을 판 적이 없으며 지분매입에 실패했다고 장에서 물량을 사들이는 일은 없다"며 당장 매입은 없을 것임을 밝혔다. ◇LG, "파워콤이나 잘 챙기겠다" LG는 KT에 대항하는 유선망을 가진 파워콤 입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임하겠다는 SK 대응 전략을 밝혔다. 지분 과정에 무리가 있었던 간에 SK가 KT의 최대주주가 된 만큼 유선망을 확보하는 전략이 절실해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LG 고위관계자는 "우리도 데이콤, LG텔레콤 등 기존 통신사업자의 영역 유지 및, 향후 사업 전개에 있어 불리한 위치에 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때문에 파워콤 인수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분명한 의지를 드러냈다. 뜻하지 않게 파워콤의 매각가격이 뛸 가능성이 높아졌다. LG는 이번 입찰에 그룹 차원에서는 깊은 검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떤 결과가 오든 SK텔레콤이 LG텔레콤 사업자체에 중요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 실제 SK텔레콤은 이동통신사업 구도가 3자 구도로 유지되는 것을 희망하고 있기 때문에 LG텔레콤의 입지를 의도적으로 약화시키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상징적 수준으로 참여하고 이를 통해 KT의 이동통신 장비 공급에 유리한 입장을 확보하는데 만족하겠다는 것이었다. LG전자(66570) 관계자는 "KT 입찰에 적극 참여, KT에 성의 표시는 확실히 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SK텔레콤이 5%를 밀어넣는 바람에 LG는 당초 투입키로 했던 5500억원중 일부를 세이브 할 수 있게 돼 "생색도 내고 투자비도 절감하는" 모양새가 돼 만족스럽다는 것. 이 관계자는 "3% 지분을 확보하지 못해 사외이사 추천권을 못가지게 된데에도 큰 아쉬움은 없다"고 덧붙였다. 사내이사가 아닌 사외이사 추천으로, 어짜피 KT의 오퍼레이션에는 참여할 수 없는 만큼 당초 큰 관심이 없었고 의도도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신 KT의 이동통신 장비 참여에는 유리한 입장에 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KT 단말기 등 유선쪽 장비는 공급을 해왔지만 무선망은 뚫지 못했다"며 "이번 입찰은 이 부분에 대해 큰 장애를 걷어냄으로써 장기적으로 통신장비 사업부분에 많은 도움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재계, "SK 또다른 의도 없나" 궁금 이들 그룹들의 구체적인 반응과는 달리 재계 일각에선 SK가 1조6000억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을 투입, KT 최대주주가 된데는 또다른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현재 KT의 경영권에는 관심도 없고 그럴 능력도 없다고 말하면서 이번 지분이 단지 KT가 보유한 SK텔레콤 주식의 잠재 매물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또 삼성에 대한 견제도 또다른 이유로 간주되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이번 인수전을 오너인 최태원 SK(주)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관측하면서 SK그룹의 후계구도와 연관지어 보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창립 50주년인 올해 최 회장이 친정체제 구축을 위해 "KT 최대주주 지위 확보"라는 가시적 성과를 드러내려 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고선 1조6000억원이라는 비용 지불은 SK의 목적에 비해 너무 과한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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