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전동킥보드 헬멧 귀찮아…계도기간 끝나면 안 타렵니다"

'전동킥보드법' 시행 2주째 거리에 나가 봤더니
헬멧 착용 안 하고 보도주행 '씽씽' 위험천만
2주 후 계도기간 끝…6월13일부터 범칙금 부과
전문가 "아직 제대로 된 법 아냐…정착 힘들다"
  • 등록 2021-06-01 오전 11:02:17

    수정 2021-06-02 오전 7:20:36

[이데일리 이용성 조민정 기자] “지금까지 계속 (헬멧 없이) 타고 있지만, 단속에 걸린 적은 한 번도 없어요.”

‘도로 위 무법자’라는 오명을 얻은 전동킥보드 이용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5월 13일 시행 후 계도기간을 거치고 있지만 여전히 ‘안전 구멍’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작년부터 이어진 세 차례에 걸친 법 개정이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동킥보드 규제 강화했지만...여전히 무법천지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31일 이데일리가 서울 강남·신촌·홍대 등 번화가를 취재한 결과 공유 전동킥보드 이용자 중 안전모를 착용한 인원은 한 명도 볼 수 없었다. 이들은 보도 주행도 서슴지 않았다. 가끔 보이는 헬멧 착용자는 전동킥보드를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오토바이 배달원뿐이었다.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학가 앞에서 전동킥보드 이용객이 헬멧을 쓰지 않은채 전동킥보드를 탑승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용성 기자)
도로교통법에 개정안에 따르면 지난 13일부터 원동기 면허 이상을 소지한 운전자만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범칙금은 △무면허 운전 10만원 △안전모 미착용 2만원 △승차 정원 초과 4만원 등이다. 경찰은 한 달 계도기간을 거쳐 6월 13일부터는 실제 범칙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현재 계도 목적의 단속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용객들은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신촌에서 만난 직장인 A(28)씨는 “헬멧 없이 전동킥보드를 자주 이용하는데 법 개정이 된 것은 알고 있지만, 단속하는 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그냥 개의치 않고 이용하는 편”이라고 털어놨다.

홍대 앞에서 만난 고모(26)씨도 “전동킥보드를 타면서 헬멧을 써본 적 없다”며 “내 주변을 봐도 헬멧을 착용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고 말했다.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번화가 앞 보도에서 전동킥보드 이용객이 헬멧을 쓰지 않은채 보도 주행을 하고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전동킥보드 이용객들은 도로교통법 개정 취지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에 의문을 표한다. 일부는 헬멧 의무 착용에 불편함을 호소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에서 신촌역까지 이동 중이던 20대 최모씨는 “2인 이상 탑승이나 무면허 운전자를 처벌하는 것은 좋다”라면서도 “안전모를 강제로 착용하게 하고 전동킥보드를 타라고 하는 것은 불편하다”고 언성을 높였다.

헬멧을 착용하지 않고 전동킥보드를 타던 대학생 이모(24)씨 역시 “짧은 거리를 타는 것이라 (안 써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지금은 계도기간이라 (헬멧 없이) 타는데 헬멧을 사서 들고 다닐 수도 없고, 다음 달부터는 타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전동킥보드 사고도 자주 나고, 위험해서 법 개정으로 안전하게 만들 필요는 있다”면서도 “헬멧 의무화는 좀 과한 것 같다”고 털어놨다.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의 이용 규제를 강화하는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이 시작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에서 경찰들이 전동킥보드 타는 시민들을 단속하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전문가, “‘불법 운행’ 예상했던 반응”…“제대로 된 법 아냐” 쓴소리


이런 분위기라면 2주 뒤 계도기간이 끝나도 전동킥보드가 우리 사회 안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현재 법 개정안이 규제 일변도로 현실을 반영하는 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보도에 자전거, 오토바이도 다 서슴지 않고 올라오는데 킥보드만 콕 짚어 관리한다고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현실과 유리된 법 개정안임을 꼬집었다.

이어 김 교수는 “외국의 사례를 살펴보면 속도를 낮추는 대신 헬멧을 쓰지 않는 등의 제도도 정착했다. 일본은 속도를 낮추면 보도 주행도 가능하다”며 “지금 우리나라에 적용된 법은 제대로 된 법이 아닌 탁상행정으로 만들어진 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도 “법 개정 이후 사람들이 법을 안 지키고 전동킥보드 이용객수가 줄어들 줄 예상했다”며 “과거 ‘따릉이(서울시 공공자전거)’ 헬멧 의무 때도 이런 식으로 했다가 법 제도가 유명무실했던 적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시속 25㎞ 이상 달리는 레저용 전동킥보드의 경우는 헬멧 의무 착용이 필요하지만, 출퇴근 단거리용으로 시속 20㎞ 이하로 운행하는 공유 전동킥보드의 경우는 헬멧 착용을 권고사항으로 하는 것이 나아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개정 전동킥보드법에 따라 고위험 행위를 집중 단속 중이다. 장하연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24일 “현재는 한 달 동안 홍보와 계도를 중심으로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난 일주일간 170건의 음주, 중앙선 침범 등 고위험 행위를 단속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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