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케미칼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 美·加 찍고 유럽 본격 진출

글로벌 시장 규모 연 8조원…지속 확대 중
임상시험 서 심각한 부작용 0건
금속이온으로 단백질 2개 완벽 결합시켜
  • 등록 2017-01-10 오전 9:58:22

    수정 2017-01-11 오전 10:39:45

SK케미칼의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사진=SK케미칼 제공)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SK케미칼(006120)이 개발한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가 유럽의약국(EMA)으로부터 최종 시판허가를 받았다. 유럽 진출은 국내에서 개발된 바이오 신약으로는 최초다.

이 약은 SK케미칼이 2000년에 개발을 시작해 동물실험을 완료한 후 2009년 호주 CSL社에 기술수출했다. CSL사는 생산 및 글로벌 임상, 허가신청을 7년간 진행해 지난해 5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12월에는 캐나다 보건국(Health Canada)의 허가를 받았다. 호주와 스위스에서는 현재 허가 심사단계에 있다.

앱스틸라는 세계 최초로 개발된 ‘단일 사슬형 분자구조’를 가진 혈액응고 제8인자(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13개 인자 중 8번째 인자. 이게 부족하면 A형 혈우병이 생긴다)이다. 기존 혈우병 치료제가 분리된 두 개의 단백질이 단순하게 연결된 형태라면 앱스틸라는 두 단백질을 완전하게 하나로 결합시켰다는 의미다. SK케미칼에 따르면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주 2~3회 주사를 맞아야 하는 경쟁제품에 비해 앱스틸라는 주 1~2회만 맞으면 관리가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가 없어 지혈이 안 되는 병이다. 1960년대만 해도 혈우병 환자는 30대가 드물 정도로 사망률이 높았다. 혈우병은 혈액에서 혈장만 추출해 투여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했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이를 모르고 수혈을 해 오히려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1990년대 들어 혈장 대신 유전자재조합방식의 치료제들이 등장하면서 점차 효과와 안전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앱스틸라는 혈액응고에 관여하는 단백질을 금속이온으로 결합시켜 ‘4세대 치료제’로 불린다. CSL사가 진행한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A형 혈우병 치료제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인 중화항체 반응이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인 데이터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A형 혈우병 치료제 시장 규모는 72억1000천만 달러(약 8조2000억원)에 이른다. 2015년 현재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EU 주요 5개국의 시장규모만 따져도 35억5000만 달러(4조2000억원) 규모다.

혈우병 치료제 시장은 지속적으로 커져 2020년에는 세계 시장이 83억2000만 달러(약 9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앱스틸라의 글로벌 판권을 소유한 CSL사는 앱스틸라가 A형 혈우병 치료제 시장의 혁신 치료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업계에서는 앱스틸라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하는 첫해인 올해 약 3000억~4000억원의 글로벌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만훈 SK케미칼 사장은 “연구개발의 오랜 투자가 또 하나의 결실로 이어졌다”며 “향후 백신과 혈액제 등 바이오 사업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역량을 갖춰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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