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서거] 중기청 개청...벤처기업 특별법 마련

[이데일리 유근일 기자] 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정보통신(IT) 분야 뿐 아니라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재임 후반부인 1996년 2월 공업진흥청과 통상산업부(현 산업통상자원부) 내 중소기업국을 통합해 중소기업청을 신설한 것을 대표적인 업적으로 꼽는다.

통상산업부 산하의 외청으로 신설된 중소기업청은 공진철 기능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지원체제 구축자금 △인력, 수출, 판로확대 등 중소기업 성장지원 △중소기업정책의 기획종합 △중소기업 기술혁신 △중소기업 육성 및 창업활성화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 지원 등 다양한 기능이 더해졌다.

당시 중기청은 본청에 230명을 정원으로 해 청장(차관급), 차장, 1관 5국 10과 7담당관을 설치했다. 소속기관으로는 국립기술품질원(5부 29과)과 11개 지방중소기업청(7개 사무소 포함) 등이 있었다.

1996년 개청 당시 중소기업청 조직도. 자료=중소기업청

학계에서는 문민정부 시절 중소기업청 개청으로 인해 직전 정부의 보호 일변도의 중소기업 정책이 자율 경쟁이라는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한다.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문민’을 강조하고 국가주도 산업정책 담론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중소기업 정책’이 부상했다”며 “‘자율과 경쟁’이라는 경제정책 담론을 제시하면서 산업정책으로부터 탈피한 중소기업 정책이 구체화된 시기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이는 1995년 출범한 세계무역기구(WTO)와 한국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불가피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런 세계적인 흐름과 함께 중기청 개청 전후로 문민 정부 시절 중소기업 관련 제도는 대대적인 개편을 맞는다. 1995년 1월부터 전면 개정된 ‘중소기업기본법’이 시행됐고, ‘중소기업사업조정법’과 ‘계열화촉진법’을 통합한 ‘중소기업의 사업영역보호 및 기업간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도 제정됐다.

특히 중기청 개청 이후에는 벤처기업의 창업 촉진을 위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까지 제정한다. 이 때 △기금관리주체의 벤처기업 투자허용 △한국벤처투자조합 결성 △벤처기업 및 신기술창업전문회사에 대한 우선적 신용보증 △대학 또는 연구기관의 신기술창업전문회사 설립근거 마련 △세제 감면 등과 같은 법적 근거들이 처음 마련됐다. 이 시기 문민정부는 벤특법 시행과 함께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한 증권 시장인 코스닥 시장을 개설하기도 했다.

한국정책학회는 지난 2012년 발간한 ‘중소기업 정책 50년사와 중소기업 정책의 미래’라는 보고서에서 문민정부 시절의 중소기업 정책을 ‘자율과 경쟁을 통한 고도화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책학회 측은 “WTO 체제하에서 기존의 보호육성정책에서 탈피해 국제화에 진입하기 위해 준비하던 시기”라며 “문민정부는 국정운영의 기조를 작고 강력한 정부, 신한국 창조, 국제화, 세계화와 개방화에 두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행정조직의 통폐합과 축소를 통한 효율성과 민주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중기중앙횐는 “김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중소기업청 개청, 벤처기업법 제정 등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지원의 틀을 새롭게 마련하는 등 중소기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