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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의 변신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주도해 온 아베노믹스라는 든든한 뒷배 덕이었다. 아베노믹스가 장착한 첫번째 화살인 일본은행(BOJ)의 대대적인 통화부양정책이 유도한 엔화 약세(엔저)가 신호탄을 쐈다. 실제 엔화는 지난 2012년 12월에 아베 총리가 첫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달러화대비 29%나 평가절하됐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의 이익은 쑥쑥 성장하고 있다. 노무라증권 추정대로라면 달러와 유로화대비 엔화 가치가 1엔씩 하락할 경우 일본 기업들의 경상이익은 각각 0.7%, 0.2%씩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이 덕에 지난해 일본 주요 254개 상장사들의 경상이익은 전년대비 9.1% 증가했고, 올해에는 이보다 더 좋아져 이익이 13%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익이 쌓이자 작년 9월말 현재 일본 기업들이 보유한 현금도 사상 최대인 233조엔에 이르고 있다.
이 참에 인수합병(M&A)을 통한 덩치 키우기 기회도 적극 엿보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만 일본 기업들의 해외 M&A는 246건으로 전년동기대비 9.3% 늘었고 금액으로도 3조5883억엔(약 36조원)으로 2.1배나 껑충 뛰었다. 8년만에 최고치다. 미국에 상장해 대박을 터뜨린 알리바바 지분으로 약 4조8000억원을 벌어들인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미국 3위 통신사 스프린트를 무려 22조 원에 인수했고, 최근에는 미국내 한국 드라마 전문 스트리밍사이트인 드라마피버와 영화 `고질라` 제작사인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도 인수했다. 일본 제일생명은 5조원 규모의 미국 생명보험사 프로택티브 인수 마무리 협상 중이다.
또 배당에 관한 한 `짠돌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일본 기업들은 주주들에 대한 이익 환원도 활발히 하고 있다. 전자업체 카시오는 지난해 연간 이익의 90%에 이르는 200억엔을 배당으로 지급하기로 했고 금속가공업체인 아마다는 지난해와 올해 2년간 벌어들인 순이익 전체를 배당에 쓰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일본 상장기업 전체적으로 배당에 쓰는 돈도 7조300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도 “일본은행의 부양조치 확대가 봄철에 있을 기업들의 근로자 임금 협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며 “기업들은 설비투자나 직원 채용에 있어서도 더 많은 자금을 집행하려고 할 것”이라고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