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백혈병 문제 사과-사태 해결되나(종합)

공식 사과·피해 보상·재발 방지 등 제안 내용 전향적 수용
심상정 의원 "삼성 변화 출발점 되기를"…반올림 "종합 검토 후 입장 발표"
중재기구 구성ㆍ보상 기준 및 대상 등 과제 남아
  • 등록 2014-05-14 오후 12:04:45

    수정 2014-05-14 오후 3:42:54

[이데일리 박철근 기자]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등의 질환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직원에게 보상해 주기로 전격 결정했다.

권오현 삼성전자(005930) 대표이사 부회장은 14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다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으로 투병 중이거나 사망한 직원과 가족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9일 심상정 의원(정의당)과 피해자 가족 대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등에서 공동으로 제안했던 내용을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

◇삼성전자, 전격 제안 수용 왜?

권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의 성장에는 수 많은 직원들의 노고와 헌신이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고통을 겪은 분들이 있는데 이들의 아픔과 어려움에 대해 소홀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진작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점 마음 아프게 생각하며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달 9일 해당 내용을 제안 받고 빠른 시일 내에 입장을 정리해 발표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건과 이건희 회장의 입원 등 사내외 굵직한 이슈들이 발생하면서 입장 발표가 미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발병 문제는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 여성 노동자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고, 황씨 아버지가 그 해 6월 산업재해 유족급여를 신청하면서 불거졌다.

이후 반올림이 발족해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병을 얻은 근로자들의 산재 신청과 행정 소송이 잇따르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날 피해자 가족 등의 제안을 전향적으로 수용키로 한 것은 이 문제가 대두된 지 7년이 넘었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심 의원 등의 제안을 받은 것도 한 달이 넘어가면서 시간 끌기라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부회장은 “이번 제안 수용을 계기로 이른 시일 내에 이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돼 당사자와 가족들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덜어지기 바란다”고 말했다.

◇심상정 의원 “삼성 변화의 출발점 되기를”

지난달 반올림, 유족 대표와 함께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에 대해 제안을 했던 심상정 의원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심 의원은 “삼성전자가 백혈병·직업병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제안내용을 전향적으로 수용한다는 입장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다”며 “삼성전자가 사과와 함께 해결의지를 밝힌 만큼 피해자 가족 및 반올림과 성실히 협의해 조속한 시일 내에 문제가 최종 매듭지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삼성이 이윤보다 생명을 존중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구축하고, 기업에 부여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거듭나기를 바라고 있다”며 “오늘 삼성저자의 문제 해결의지 표명이 삼성의 변화와 내부혁신의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3 중재기구 구성 및 보상기준 정립 어려워

삼성전자가 피해자 가족 등의 제안을 전격 수용키로 결정하면서 7년을 끌어온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사태 해결을 위한 첫 발을 내딛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제3 중재기구 구성 문제와 중재기구가 정해야 할 보상 기준과 대상 등을 정하기까지는 아직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제3 중재기구 구성에 관해 관여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피해자 가족과 반올림, 심 의원 등이 적극적으로 제3의 중재기구 구성에 나서지 않을 경우 삼성전자 역시 적극적으로 보상에 임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중재기구가 만들어지더라도 보상 대상을 어디까지 포함시킬 것인지도 관건이다. 예컨대 삼성전자와 다른 회사에서 모두 일을 한 근로자가 산업재해로 의심되는 질환을 겪을 때 반드시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근무한 경험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보상금 규모를 정하는 과정에서도 피해자 가족간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14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반도체 공장 백혈병 사태 등에 대해 공식 사과를 하고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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