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버림받은 금강산行 7번 국도

  • 등록 2010-07-08 오후 3:11:39

    수정 2010-11-18 오후 4:19:44

[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한반도의 등줄기를 타고 오르는 7번 국도. 부산에서 시작한 7번 국도는 동해안을 따라 북한 함경북도까지 닿는다.

아름다운 동해안 풍경 때문에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강원도 고성군을 지나는 7번 국도는 지난 2년간 버림받은 도로가 됐다.

지난 2008년 7월11일 금강산 관광객 고(故) 박왕자 씨가 북한군의 총에 맞아 숨지기 직전까지는 현지인은 물론이고 외지인들까지 찾아들어 이 도로를 중심으로 금강산 관광 상권이 형성됐다.



그러나 금강산에서 총소리가 울린 후 2년이 된 지금 외지인들은 모두 떠났다. 그나마 남은 현지인들의 상점마저 망해서, 현지 상인들은 막노동판을 전전하고 있다.

이명철 강원도 고성군 현내면 번영회장은 "7번 국도 주변의 상점들이 거의 문을 닫아 폐허가 됐다"며 "외지인이 반, 군민이 반씩 해서 상가를 이뤘지만 외지인들은 다 떠나고 현지인 일부만 상점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성군은 올해 4월까지 군내 상점 총 1062개 가운데 159개가 문을 닫았고, 인구 3만300명 가운데 454명이 금강산 사태 때문에 실직했다고 집계했다.

금강산 사업을 운영하는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아산의 사정도 심각하다. 현대아산은 총 1084명의 인원 가운데 756명을 감축해, 현재 328명만 남은 상태다.

더 큰 문제는 4억8600만달러를 투자한 금강산 사업권을 중국에 빼앗길 위험에 처했다는 점이다. 북한은 중국 여행사를 포함해 다른 사업자를 통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려고 타진하고 있다.

고성군과 사기업 현대아산은 고사하고 있는 금강산 사업을 살리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우리 정부의 원칙적인 대북 방침 고수에 막힌 상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작년 8월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관광 재개 합의를 끌어냈고, MB 동문인 장경작 전 롯데그룹 총괄사장을 현대아산 사장으로 영입했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명철 번영회장은 "정부에 금강산 관광 재개해달라고 탄원서를 쓰고 백방으로 해결책을 찾던 한 상인(46)이 스트레스 끝에 심근경색으로 죽었다"며 "상점을 확장하려고 은행 대출까지 받은 상인들은 점포까지 경매에 넘어가, 막노동일에 나섰다"고 통탄했다.

고성군도 지난 5월30일 정부에 특별지원을 건의하면서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약 22개월 동안 고성군민은 일자리를 잃는 등 많은 좌절과 아픔을 겪으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견뎌왔으나 지난 4월 북한의 부동산 몰수·동결 조치로 너무나 큰 충격에 빠져있다"고 토로했다.

더 안타까운 일은 국민과 기업의 피해가 정부의 대북정책 불안정성에서 오는 측면이 크다는 점이다.

과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간 추진했던 햇볕정책에 따라 대북사업에 참여했던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이 손실을 입어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이 회장은 "정부가 따라오라고 해서 따라갔는데, 희망만 많이 주고 뒷마무리를 하지 않았다"며 "정부를 믿고 따라간 상인들은 다 어디로 가란거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지역에 뭔가 해줄 줄 알았는데 전혀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 믿고 희망을 가져야 하는데…"라고 말을 맺지 못했다.

통일을 차치하더라도 남북 평화를 향해 가는 길이 5년, 10년마다 정권 따라 달라진다면 7번 국도 끝자락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이 또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전 정권이 추진한 정책이라도 국민의 안위가 달린 문제인데 현 정권이 수수방관하는 지금의 모습에 고성군 민심은 돌아서고 있다. 불안정한 대북사업의 피해는 전 정권 잘못보다 현 정권의 과오로 평가받고 있단 점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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