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씨의 ‘명품연작’은 ‘명품밥’ ‘명품국’ ‘명품커피’ 등 20점. 루이뷔통의 ‘LV’와 꽃·별 문양의 모노그램, 밥·국그릇, 1회용 커피잔 등 일상의 사물을 결합시킨 작품이다. 캔버스에 아크릴 안료로 그린 작품들은 지난달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광화랑에서 열린 김씨의 두번째 개인전 ‘위대한 일상’ 전에서 선보였다. 김씨는 ‘작업노트’에서 “매일 먹는 밥, 국 등을 통해 현대인의 일상적·내면적 욕망을 시각적 이미지로 전환하려 했다”고 밝혔다. 일상 용품인 밥그릇, 국그릇, 1회용 커피잔에 담긴 명품 모노그램은 ‘구별짓기’와 ‘과시적 소비’에 대한 유쾌한 비틀기로 ‘명품’의 해체 효과를 보여준다.
그러나 루이뷔통 사는 ‘명품’ 이미지를 비판적으로 차용한 김씨의 작품을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상품’으로 규정했다. 루이뷔통 아시아·태평양 홍콩 본사는 전시 3일째인 지난달 23일 세종문화회관과 김씨에게 공문을 보내 작품 철수를 요구했다. 루이뷔통 사는 e메일에서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김씨의 복사품은 대중으로 하여금 루이뷔통으로부터 승인 또는 위탁 받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누구나 루이뷔통 브랜드로 장난을 치거나 사업할 수 있다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우리는 위조가 표현의 자유를 남용한 것이자 창조성의 도둑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김씨는 애초 루이뷔통 사의 요구를 받아들여 작품을 철수했지만 “ ‘영감’에 관한 억압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가 작품 철수를 요구하니까 처음에는 더럭 겁이 나 수용했다”며 “하지만 루이뷔통 이미지를 모티브로 삼은 순수예술품을 지적재산권을 침해한 짝퉁이라고 보는 그들의 시각과 인식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루이뷔통 사의 처사가 부당하다는 뜻으로 작품을 철수한 전시장에서 원래 예정일인 지난달 27일까지 ‘전시 불가전’을 열었다. 루이뷔통 사의 e메일 공문, 포장한 전시 작품 사진 등을 화랑에 걸었다.
현재 루이뷔통 측은 “김씨 작업물의 법적 적용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 관련기사 ◀
☞빛의 세계로 이끄는 추상화
☞나무를 추상화로 표현하면?
☞홍대 미술제의 ''여성''과 ''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