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무너지고 회사 망해도 우린 웃지요`

美 건설·금융 CEO들 5년간 210억弗 챙겨
일부 회사는 파산..대부분 주가 폭락
  • 등록 2008-11-20 오후 3:21:57

    수정 2008-11-20 오후 3:22:59

[이데일리 피용익기자] 신용위기로 인해 미국 경제가 침몰하고 시가총액이 9조달러 이상 증발한 가운데서도 미소짓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위기가 터지기 전에 막대한 돈을 챙겨둔 최고경영자(CEO)들이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0개 기업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미국 내 주요 기업의 CEO와 임원들이 지난 5년간 지급받은 돈은 총 210억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 금액은 연봉, 보너스, 스톡옵션 행사, 주식 매각 등을 통해 실제로 주머니에 챙겨 넣은 돈을 모두 합산한 결과다.

특히 고액의 보상을 받은 CEO들은 위기의 진원지나 다름없는 건설업계와 금융업계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 찰스 슈왑 회장
가장 많은 돈을 챙긴 사람은 찰스 슈왑 찰스슈왑 회장이었다. 그는 5년 동안 8억1700만달러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대부분 주식 매각을 통해서였다.

건설업체 NVR의 드와이트 샤아 회장은 정기적인 주식 매각을 통해 6억2500만달러를 벌었고, 컨트리와이드 파이낸셜의 안젤로 모질로 CEO는 4억7100만달러를 손에 넣었다.

캐피털원 파이낸셜의 리처드 페어뱅크,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풀드, 베어스턴스의 제임스 케인 등 월가 금융위기로 인해 일반에 익숙해진 CEO들도 각각 1억달러 넘는 돈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CEO들이 수령한 보너스는 대부분 경영 성과를 반영한 결과라는 게 해당 회사측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기로 인해 주가가 폭락하고 일부 기업이 파산한 현재 시점에서 되돌아보면 과도한 보상이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리먼브러더스와 베어스턴스는 파산했고, 컨트리와이드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매각됐다. 파산하거나 매각되지 않은 회사들도 주가는 고점 대비 70~90%씩 폭락했다.

이런 가운데 기업 경영진들의 호화 생활은 여론의 집중적인 비난 대상이 되고 있다.

NVR의 샤아 회장은 팜비치 해변에 위치한 11에이커(4만4500m²) 크기의 저택을 지난 2005년 구입했다. 이 저택에는 테니스 코트 1개와 수영장 2개가 갖춰져 있다. NVR의 현재 주가는 2005년 고점 대비 64% 하락한 상태다.

또 다른 건설업체 라일랜드그룹의 채드 드라이어 회장은 보너스 수령과 주식 매각을 통해 1억8100만달러를 거둬 들였다. 그는 스포츠 기념품, 보석, 광석, 자동차 등을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2004년식 포르쉐 쿠페는 44만8000달러 짜리다.

물론 거액을 챙긴 CEO들이 호화 생활에만 돈을 쓴 것은 아니다.

찰스슈왑의 슈왑 회장은 자선단체를 설립해 매년 수백만 달러를 학습장애 아동들의 교육에 사용하고 있다. 라일랜드그룹의 드라이어 회장은 로욜라매리마운트 대학교에 650만달러를 기부했다.

기업 경영진의 보상 문제가 최근 미국 경제의 주요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발표된 이번 조사 결과는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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