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경영)(46)BDA에 발목잡힌 2.13합의

  • 등록 2007-05-31 오후 2:20:01

    수정 2007-05-31 오후 2:20:01


[이데일리] `2.13 합의`가 발표된 지 100일이 지났으나 북한은 영변 5메가와트 원자로의 폐쇄 봉인(shut down and seal)에 나서지 않고 있다. 초기조치부터 적기에 이행되지 않으니 장밋빛 전망의 합의는 9.19 공동성명처럼 또 하나의 문서상 합의에 그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에 묶인 2500만달러를 하나의 계좌로 통합하고 이 돈을 옮길 제3국 은행을 확보한 뒤 마지막 단계로 송금에 필요한 중개은행으로 미국 은행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지난 3월초부터 미국에 강력 요청해오고 있다.
 
미국도 2.13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위해서 북한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여 더 이상 BDA 문제가 2.13 합의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입장이 현실화되는 것은 쉽지 않다. 미국은 국내 4위인 와코비아 은행의 BDA 송금 허용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애국법(patriot law) 등 자국의 금융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북한의 요구를 수용할 것인지를 두고 장고(長考)중이다. 북핵 문제를 시급히 풀어야 한다는 외교의 당위성 때문에 국내 법질서를 훼손할 명분이 분명치 않다는 점에서 미국의 고민은 깊어만 간다.

미국은 자국의 법 규범을 준수하면서 BDA 문제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하여 중국에 협조를 구하였다. 미중 경제전략대화에서 BDA의 청산을 중국에게 요청하였으나 중국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청산절차를 완료할 경우 미국계 은행에 자금을 이체해도 불법 용인이 아니라는 것이 미국의 계산이었으나 중국의 거부로 실행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역시 수억 달러의 보상이 기다리고 있지만 선(先) 체제 유지, 후(後) 비핵화라는 명제에 충실하고 있다. 김정일 정권은 소위 “꺾어지는 해”를 맞이하여 국민들에게 체제 내부의 공고성을 과시하고 자신들이 개발한 핵무기에 미국이 굴복했다는 사실을 선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2.13 합의가 60일이 되는 4월 14일 등 4월은 김일성 탄생 95주년(4.15)과 북한군 창건 75주년(4.25) 등 정치적으로 상당한 의미가 있는 행사를 진행하였다.
 
비핵화에 나서는 국제적 약속 이행보다는 정초부터 선군정치에 따른 군사강국의 위상을 제고하는데 주력함으로써 체제 안정에 매진하고 있다. 북한은 정치적 행사기간에 각종 신병기를 과시함으로써 선군정치만이 미국을 굴복시킬 수 있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고취하는데 열성이다.
 
북한은 미국이 임기말 협상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벼랑끝 지연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시간은 자신의 편이며 공은 워싱턴에 있다는 인식하에서 후퇴하지 않고 있다.

중국 역시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 회담 개최에는 생색성 홍보에 총력을 기울이지만 회담의 타결에는 소극적이다. 부시대통령이 후진타오 주석과 전화통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원칙적인 합의를 하지만 결코 실효성있는 중재안 하나 내지 않는다. 일본 역시 납치자 문제 해결없이는 북핵 문제 해결없다는 원칙하에 미국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BDA 해결과정에서 엿볼 수 있는 점은 어느 국가도 국익에 손해나는 행위는 결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핵문제가 동북아 나아가 글로벌 이슈이라는 총론에서는 공감하지만 해결 과정에서는 결코 부담을 질려는 국가는 없다.
 
이제 2.13 합의가 6월중에도 이행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다면 6자회담의 추동력은 추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떤 유용한 다자간 합의도 한쪽의 양보가 다른 편의 승리로 간주되는 제로섬 게임(zero-sum)으로 여긴다면 국제사회의 분쟁 해결은 요원하다. 국제질서의 냉엄한 현실에서 한반도 북쪽에서 매일 플루토늄이 증가하는 것을 목격해야 하는 한국의 고민은 적지 않다.

일부 국내 협상파들은 개성공단의 우리은행을 통해서 BDA 자금을 중개하는 방안까지 검토하는 등 해결 방안 모색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평소 민족공조에 의한 남북대화로 북핵문제를 풀 수 있다는 주장도 북한의 완강한 고집 앞에 말도 못 꺼내는 입장이다. 서울에서 30일부터 21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열리지만 북핵 해결에는 별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다. 과거의 전례대로 북한은 쌀지원을 북핵과 연계시키려는 남한의 정책을 비판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북측은 핵문제는 조미(朝美)간의 문제이니 남한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괘변을 늘어놓고 회담은 종결될 것이다.

이제 한국의 북핵 해결 방안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존의 한국의 북핵 외교가 과연 성과가 있었는지, 혹은 전면 재검토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우리가 북핵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것은 아닌지 등 정책 전반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폐쇄 봉인에 들어가도 불능화(disabling)라는 애매한 어휘가 기다라고 있다. 초기조치 하나 해결 못하면서 한국전쟁 종전선언->평화협정체결->북미수교 라는 이론상의 로드맵을 붙들고 희희낙락한 것은 아닌지 자성에 들어가야 한다. 평양과 워싱턴의 진짜 전략이 무엇인지 심사숙고부터 해보야 한다.

남성욱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現 고려대 북한학연구소 소장
-現 (사)남북경제연구소 소장
-現 한국북방학회 회장
-前 북한연구학회 연구이사
-前 KBS 북한문제 객원해설위원
-前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卒 미국 Missouri주립대 응용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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