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지적에…대기업 ‘RSU 공시’ 의무화

공정위 ‘대규모기업집단 공시 매뉴얼’ 개정
1분기 공시부터 ‘상장·비상장사 RSU’ 포함
한경협 ‘중복공시부담’ ‘경영권 침해’ 비판
공정위 “금감원과 공시도입 취지 다르고…
비상장사도 포함해 기업 지배력확대 감시”
  • 등록 2024-04-16 오전 10:54:32

    수정 2024-04-16 오후 6:53:49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앞으로 대기업은 상장사와 비상장사 모두 오는 1분기 공시부터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주식지급거래 약정 내역을 공시하도록 공시매뉴얼이 바뀐다.

이를테면 직전 사업연도에 총수일가 및 임원 등 특수관계인과 주식지급거래 약정을 체결한 경우 △부여일 △약정의 유형 △주식종류 △수량 △기타 주요약정 등을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공시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는 1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규모기업집단 공시매뉴얼 개정안’을 발표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는 현황공시의 경우 다음 달 31일까지 1분기 공시를 마치고 비상장사 중요사항 공시는 DART에 공시양식이 반영되는 즉시 새로운 공시매뉴얼에 따라 공시를 진행해야 한다.

이번 공시매뉴얼에서 RSU 등 주식지급거래 약정 내역을 공시하도록 한 것은 이 같은 약정이 총수일가 등의 지배력 확대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어서다. 현재 공시양식으로는 특수관계인에게 실제 주식이 지급되는 시점에 매도가액만 공시돼 기업집단별 주식지급거래 약정의 내용을 파악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주식지급거래 약정의 내용을 공시하면 약정시점에 주식이 지급되는 스톡그랜트, 양도제한조건부주식보상(RSA)뿐만 아니라 약정 체결 이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주식을 지급하는 RSU 등에 대해서도 약정이 체결된 시점에 주식 부여의 조건, 약정된 주식 부여수량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총수일가 등의 지분변동 내역, 장래 예상되는 지분변동 가능성 등에 관한 정보를 시장에 제공해 감시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김민지 공정위 공시점검과장은 “우리기업이 도입한 RSU 형태는 임직원 성과와 연동되는 것이 많지 않고 현금으로 주던 성과급이나 주식 배분을 용이하게 하는 수단이라는 지적이 있어서 RSU 등을 공시에 포함하게 된 것”이라며 “기업의 공시를 통해 총수일가 지배력 확대나 내부거래 등에 대해 시장의 감시가 원활히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RSU는 양도가 제한된 주식을 말한다. 현금 성과급 대신 근속이나 성과 등 약정된 조건이 충족된 이후에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다. 주가가 오르면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퇴사해버리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로, 단기성과보다는 장기성과와 임직원 책임경영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해외에서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 중심으로 운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한화, 네이버, 쿠팡, 두산 등이 활용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다만 RSU는 스톡옵션과 달리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도 부여가 가능해 총수일가의 지배력 강화 및 오너일가 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9월 대주주가 RSU를 부여받을 수 없도록 제한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현행 상법상 스톡옵션은 지급 대상에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을 제외하고 있는데, RSU도 법으로 금지해 대주주의 남용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야한다는 취지다.

재계는 RSU를 포함한 공시 매뉴얼 개정에 반대하고 있다. 중복공시로 인한 실무자 부담이 가중되고 경영목표 및 인센티브 제도에 대한 공시의무화는 과하다는 입장이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날 ‘공정위 공시제도 개선사항 건의서’를 통해 “금감원 정기보고서 등에 이미 RSU 관련 사항 기재를 의무화했다”며 “이중 공시를 하면 기업 공시 담당자들 부담이 가중된다”고 했다. 이어 “RSU 등 주식 지급은 인력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부여 수단일 뿐, 내부거래와는 그 본질이 달라 공시의무화는 불합리하다”고 했다.

이에 공정위는 금감원과 공정위의 공시제도 운영 취지가 서로 다르고 이번 공시매뉴얼 개정을 통해 비상장사도 포함, 전체 기업의 주식지급거래 약정 내역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공시 의무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공시점검과장은 “금감원은 RSU를 임원의 보수의 일종으로 보고 작년말 공시하도록 공시서식을 개정한 것이고 공정위의 공시제는 경제력 집중에 관한 시장의 감시목적으로 도입된 것이어서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계열사간 내부거래 현황 등을 공시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며 “공시 범위에 있어서도 상장사뿐만 아니라 비상장사의 내용까지 포함해 기업 집단별로 전체적인 현황을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 외에도 △물류·IT 서비스 거래현황 항목의 ‘매입 내역 공시양식 항목 삭제’ △비상장사 타인을 위한 채무보증 결정 항목의 ‘채무보증기간 항목 삭제’ △비상장사 임원의 변동 항목 삭제 등 공시매뉴얼을 변경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완벽 몸매' 화사의 유혹
  • 바이든, 아기를 '왕~'
  • 벤틀리의 귀환
  • 방부제 미모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I 청소년보호책임자 고규대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