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취업 제한 위반 여부를 놓고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시민단체들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과거 취업 제한이 적용됐던 다른 주요 재계 총수들까지 다시 도마에 오르며 논란이 확산 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그만큼 현행 취업 제한 규정이 모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면서, 박 장관 역시 당장 언론 플레이에 급급할 게 아니라 실효성 있는 개선안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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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법조계에 따르면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이 부회장이 지난 13일 가석방된 이후 삼성 경영에 참여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특경가법)’의 취업 제한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한다. 이를 두고 박 장관은 곧장 “무보수·비상근·미등기 임원 상태로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취업 제한 범위 내”라고 반박하고 나섰지만, 오히려 이 같은 해명은 과거 취업 제한이 적용됐던 다른 재계 총수들에게 불똥이 튀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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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은 지난 2014년 2월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을 확정 선고 받고 수감됐지만, 미등기 임원으로 보수를 받지 않고 회장직을 유지해 논란이 됐다. 이후 최 회장은 지난 2015년 8월 사면·복권됐지만, 박 장관이 이번에 최 회장 사례를 언급하면서 의도치 않게 취업 제한 논란에 함께 오르내리는 상황이 됐다.
박 회장의 경우 취업 제한을 위반한 사례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됐다. 지난 2018년 11월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 받은 박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인 지난 2019년 3월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로 취임했는데, 이후 법무부로부터 경고를 받고 취업 승인을 요청했다가 거절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같은 박 회장 사례가 이 부회장과 다르지 않다고 했고, 이에 박 장관은 “다른 케이스”라고 맞섰다. 반대의 경우로 횡령 혐의로 지난해 1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 선고 받은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은 같은 해 10월 법무부로부터 취업 승인을 받으면서 최근 ‘형평성’ 논란이 다시 도마에 오르는 모양새다.
찬반 떠나 “취업 제한 실효성 없다…언플 대신 개정 먼저”
특경가법 내 취업 제한의 필요성에 대한 법조계 내 찬·반 입장은 엇갈리지만, 현행 규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문제의식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 부회장과 함께 언급되고 있는 총수들에 대한 논란은 결국 이 같이 모호한 취업 제한 규정에 따른 것이란 지적이다.
취업 제한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전문가들은 공익 측면에서 다수 국민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기업인들에 기존 처벌에 더해 취업 제한과 같은 추가적인 제재는 당연하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들 역시 취업 제한 폐지 주장과 같은 맥락에서 현재 규정으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승준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취업 제한 규정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통해 “특경가법상 취업 제한 제도는 보안 처분으로 이해돼야 하며, 형벌을 보완해 기업 범죄 영역에 있어 재범의 위험 방지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적극 활용돼야 한다”면서도 “다만 보안 처분이라는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재범 위험성의 판단 주체 변경과 취업 제한 기간의 탄력적 규정, 임시 직업 제한, 직업 제한 처분의 유예와 취소 도입 등 입법적 보완 작업이 뒤 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기업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 대해 일률적으로 취업 제한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건을 심리한 판사가 범죄 행위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재범 위험성을 평가해 취업 제한 대상 기업 또는 직업과 기간을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그간 취업 제한 규정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던 만큼, 당장 이 부회장 사안을 두고 섣부른 판단 기준을 제시해 논란을 부추기기보단 정확한 법무부의 가이드 라인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박 장관 대응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취업 제한 관리 주체인 법무부가 재범을 막기 위한 목적에 부합한 기준들을 마련해 제시해야 당사자인 기업인과 기업은 물론 국민들도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