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진 지주회사 CVC 보유 규제…투자회사 총수일가엔 못 판다

정부, 투자단계서 '안전장치' 마련했지만
국회 논의과정서 '엑시트' 단계 규제 추가
법위반시 과징금 외 형벌제재도 포함돼
조성욱 "형벌부과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 등록 2020-12-09 오전 10:29:37

    수정 2020-12-09 오전 10:53:12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대기업 지주회사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보유 허용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보다 빡빡한 규제를 추가해 통과될 전망이다. CVC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Exit)’ 단계에서 투자한 벤처회사 및 펀드 지분을 총수일가 등에 매각할 수 없는 규정이 추가로 담겼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대기업 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CVC허용법안은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과 별도로 추진되어 왔으나 이날 공정경제 3법과 함께 상임위를 통과했다.

정부 발표안은 주로 투자단계서 안전장치

CVC는 대기업 등이 유망 벤처 투자를 위해 설립하는 벤처캐피털(VC)을 말한다. 현재 VC는 금융회사로 분류된다. 일반지주회사는 금융·보험 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없는 공정거래법상 ‘금산 분리’ 원칙 때문에 현재 지주회사인 LG, SK 등은 CVC를 보유할 수 없다.

정부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벤처투자가 급감함에 따라 지주회사도 벤처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다만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결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우려해 ‘안전장치’를 두는 방식으로 CVC를 허용했다.

정부는 주로 투자단계에서 총수일가 사익편취 가능성을 차단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정부는 CVC를 지주회사가 지분 100% 보유한 완전회사로 설립하고 외부자금 차입도 자기자본의 200% 내외로 제한했다. CVC가 펀드를 조성할 때도 내부자금을 60% 이상 투입해야 한다. 외부자금을 무제한 끌어들여 대기업이 무분별하게 확장하지 못하도록 제동을 건 셈이다.

아울러 CVC는 총수일가 회사나 계열사에 투자할 수 없도록 했다. 총수일가 사익 편취 가능성을 사전에 막은 것이다. 해외투자도 CVC 총자산의 20%까지만 허용했다.

국회 논의 과정서 ‘회수단계서’ 규제 추가

그러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이같은 안전장치만으로는 총수일가 사익편취 가능성을 차단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여당 일부 의원(박용진, 이용우)의 의견에 따라 정무위는 규제를 추가했다.

일단 사전규제로는 CVC 투자금을 회수하는 ‘엑시트’ 단계에서 CVC가 직접 벤처기업 또는 펀드에 투자한 지분을 총수일가나 지주회사밖 계열사에는 매각하지 못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정부는 당초 ‘엑시트’ 단계는 사후적 감시로 충분히 통제가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만약 CVC가 보유한 벤처기업·펀드 지분을 총수일가 회사에 정상가격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매각할 경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일감몰아주기)로 통제할 수 있다는 얘기다. CVC 출자자현황, 투자실적, 특수관계인과 거래현황 등을 보고 받기 때문에 감시망이 작동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여기에 엑시트 단계의 벤처회사의 경우 이미 해당 그룹의 CVC외에 다른 VC 등 외부 출자도 이뤄져 있기 때문에 매각시 적정가격도 충분히 산출이 가능하다는 점도 고려했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정상가격보다 웃돈을 거래했을 때 공정위가 사후적으로 제재를 내릴 수 있다.

그럼에도 여당에서는 공정위 사후규제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결국 사전규제를 보다 강화한 셈이다.

여기에 CVC 관련 행위 금지조항을 어겼을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형벌규정도 새로 마련됐다.

당초 공정위는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가 각각 규제하고 있는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나 신기술사업금융업자의 경우 배임·횡령 등으로 투자자가 심각한 피해만 있을 때 형벌이 적용된다는 점을 고려, 형평성을 맞춰 CVC 관련해서도 형벌 규정을 담지 않았다.

하지만 여당은 지주회사 행위규정 위반에 이미 형벌이 부과된 만큼 CVC도 똑같이 적용해야한다는 이유로 형벌을 추가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정무위원회에서 “정부에서는 (CVC부작용과 관련해)타인자본으로 지배력 확장, 승계수단, 총수일가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엑시트 과정에서 혹시나 나타날 부작용을 막겠다는 정무위의 취지에 공감하고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다른 법률과 형평성과 행정제재 조취 수준 등을 감안해 CVC 형벌부과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그러나 CVC 벌칙 규정 추가한 위원회 결정에 대해 존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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