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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제다. 선택지는 많다. 다만 인터넷 쇼핑몰이 내건 저렴한 기획 상품을 고르자니 개성이 아쉽다. 화려한 백화점 편집숍은 가격이 버겁다. 옷 앞에 갈팡질팡 고민 많은 이 ‘소심한 소비자들’에게 답을 제시하는 게 이세라 CJ오쇼핑(035760) 의류 상품기획자(MD)의 임무다.
이 MD의 목표는 홈쇼핑이라는 ‘나이 든 채널’의 한계를 딛고 ‘문화를 담은 옷’을 판매하는 것.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CJ오쇼핑 본사에서 만난 이 MD는 “홈쇼핑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의 간극을 메우는 조율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빠른 반응생산, 홈쇼핑의 최대 무기”
이 MD는 CJ오쇼핑의 패션 편집숍 ‘셀렙샵’ 담당이다. 셀렙샵은 지난 2009년 TV홈쇼핑 최초로 시작한 패션 편집숍이자 방송 프로그램이다. 자체브랜드인 ‘셀렙샵 에디션’과 ‘씨이앤(Ce&)’을 론칭해 운영 중이다. ‘홈쇼핑 옷은 무난하지만 식상하다’는 편견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적극 추진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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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MD는 소비자들이 점차 현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경기가 불황이어도 싼 가격의 상품만을 고르지 않는다. 동시에 고가 브랜드 상품이어도 ‘몸값’을 하는지를 꼼꼼히 살핀다. 상품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이 그만큼 까다로워진 셈이다. 이 MD는 이 같은 기류가 홈쇼핑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비싼 게 명품이던 시절은 지났다. 최고급 제품과 캐주얼 제품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트렌드를 시시각각 읽어내는 게 중요해졌다”며 “홈쇼핑의 경우 생방송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고, 이를 바로 판매전략에 반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롱패딩이 불티나게 팔린다면 다음 방송에서 물량을 대량 확보하고 편성시간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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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패션산업에서 홈쇼핑 편집숍은 변방이다. 역사가 짧은 탓에 브랜드의 ‘아우라’가 부족하다. 이 MD는 향후 룩북(패션 브랜드의 스타일 등을 모아놓은 사진집) 제작, 팝업스토어 오픈, 다양한 명사와의 협업 등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선하면서도 소비자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게 이 MD의 목표다.
이 MD는 “패션은 상품이 아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입는 것이다. 그만큼 소비자가 낯설어하지 않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패션쇼 런웨이의 옷만큼 세련되면서도 내일 당장 입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옷을 발굴해낼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