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e사람]‘슈주 패딩’ MD가 들려주는 ‘21C 패션 레시피’

이세라 CJ오쇼핑 상품기획자 인터뷰
"슈퍼주니어 롱패딩 대박? 높은 '가성비' 주효"
"현명해진 소비자에 빠른 반응생산 중요해져"
룩북 제작, 팝업스토어 계획…"옷에 문화 담겠다"
  • 등록 2017-11-27 오전 11:09:08

    수정 2017-11-27 오후 6:49:15

2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CJ오쇼핑 본사에서 만난 이세라 셀렙샵 상품기획자가 ‘씨이앤 태용 롱패딩’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내일 뭐 입지?’

난제다. 선택지는 많다. 다만 인터넷 쇼핑몰이 내건 저렴한 기획 상품을 고르자니 개성이 아쉽다. 화려한 백화점 편집숍은 가격이 버겁다. 옷 앞에 갈팡질팡 고민 많은 이 ‘소심한 소비자들’에게 답을 제시하는 게 이세라 CJ오쇼핑(035760) 의류 상품기획자(MD)의 임무다.

이 MD의 목표는 홈쇼핑이라는 ‘나이 든 채널’의 한계를 딛고 ‘문화를 담은 옷’을 판매하는 것.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있는 CJ오쇼핑 본사에서 만난 이 MD는 “홈쇼핑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의 간극을 메우는 조율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빠른 반응생산, 홈쇼핑의 최대 무기”

이 MD는 CJ오쇼핑의 패션 편집숍 ‘셀렙샵’ 담당이다. 셀렙샵은 지난 2009년 TV홈쇼핑 최초로 시작한 패션 편집숍이자 방송 프로그램이다. 자체브랜드인 ‘셀렙샵 에디션’과 ‘씨이앤(Ce&)’을 론칭해 운영 중이다. ‘홈쇼핑 옷은 무난하지만 식상하다’는 편견을 깼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양한 아티스트와의 협업을 적극 추진한 결과다.

지난 20일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와 손잡고 ‘씨이앤 태용 롱패딩’ 판매에 나서기도 했다. 아이돌과 홈쇼핑의 만남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방송 50분 동안 1만9000여벌을 판매하는, CJ오쇼핑 방송 사상 전무후무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날 걸린 동시 주문전화만 4800건. ‘흥행선’으로 꼽히는 2000건을 훌쩍 넘겼다.

남성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가 지난 20일 CJ오쇼핑에서 ‘슈퍼마켓’ 특별방송을 하고 있다.(사진=CJ오쇼핑)
이 MD는 이 같은 결과가 단순히 아이돌 인기에 기댄 덕은 아니라고 자부했다. 마케팅으로 주목받았지만, ‘가성비’가 받쳐줬기에 성공했다는 얘기다. 실제 이날 판매한 패딩의 가격은 12만9000원. 유명 브랜드의 절반 수준이었다. 그는 “유행하는 순간 경쟁자는 그만큼 많아진다. 슈퍼주니어라는 믿을만한 모델이 있었지만 자만해선 안 됐다. 2만개에 가까운 물량을 찍어내며 가격을 끌어내리는 데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이 MD는 소비자들이 점차 현명해지고 있다고 했다. 경기가 불황이어도 싼 가격의 상품만을 고르지 않는다. 동시에 고가 브랜드 상품이어도 ‘몸값’을 하는지를 꼼꼼히 살핀다. 상품의 가치를 매기는 기준이 그만큼 까다로워진 셈이다. 이 MD는 이 같은 기류가 홈쇼핑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비싼 게 명품이던 시절은 지났다. 최고급 제품과 캐주얼 제품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트렌드를 시시각각 읽어내는 게 중요해졌다”며 “홈쇼핑의 경우 생방송을 통해 소비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얻을 수 있고, 이를 바로 판매전략에 반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롱패딩이 불티나게 팔린다면 다음 방송에서 물량을 대량 확보하고 편성시간도 두 배로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세라 셀렙샵 MD가 ‘캣티튜드’를 비롯한 셀렙샵 브랜드의 상품 특색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DB)
“패션은 상품 아닌 문화를 파는 것”

이 MD가 몸담은 CJ오쇼핑 셀렙샵은 ‘컬처 브랜드’를 추구한다. 옷에 문화를 담겠다는 뜻이다. 이 MD가 틈틈이 파리와 베를린 등 세계의 주요 도시와 거리를 도는 이유다. 때론 대중문화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지난 시즌에는 고양이와 레터링(문자 및 문자를 그리는 모든 행위)이 유행하자 고태용 디자이너와 손잡고 고양이를 주제로 한 글자를 새긴 ‘캣티튜드(Cattitude)’ 티셔츠를 론칭하기도 했다.

다만 패션산업에서 홈쇼핑 편집숍은 변방이다. 역사가 짧은 탓에 브랜드의 ‘아우라’가 부족하다. 이 MD는 향후 룩북(패션 브랜드의 스타일 등을 모아놓은 사진집) 제작, 팝업스토어 오픈, 다양한 명사와의 협업 등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뛰어넘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선하면서도 소비자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겠다는 게 이 MD의 목표다.

이 MD는 “패션은 상품이 아닌 하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입는 것이다. 그만큼 소비자가 낯설어하지 않고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패션쇼 런웨이의 옷만큼 세련되면서도 내일 당장 입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옷을 발굴해낼 것”이라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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